“병역파문 3년 공백이 나를 강하게 만들었다”

  • 입력 2008년 6월 6일 02시 53분


롯데 돌풍주역 조성환 “공익근무 때도 하루 4시간씩 운동”

‘날카로운 눈매에 각진 턱, 뼈와 근육만 남은 탄탄한 몸.’

롯데 조성환(32)이 그랬다. 경기장에서 그는 피 한 방울 나올 것 같지 않은 냉정한 승부사다.

그러나 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만난 조성환은 부드러운 남자였다. 잘 웃었고 속내를 드러냈다. 두산과의 경기를 앞둔 오후 2시 연습장을 나서는 그에게 이원석이 말했다. “안녕하세요. 사랑하는 선배님!”

조성환은 이대호, 카림 가르시아, 강민호와 함께 올 시즌 롯데를 2위로 끌어올린 주역 중 한 명이다. 전날까지 결승타 1위(8개), 안타 3위(67개), 타격 6위(타율 0.342)로 1999년 롯데 입단 후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한때 선수들 사이에서 ‘군기반장’으로 불렸던 조성환은 “후배들이 스스로 연습에 매달려 중고참으로서 할 일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그런 그가 이 자리에 오기까지 아픔도 적지 않았다. 병역 기피 파문을 일으켜 2005년부터 3년간 선수 생활을 하지 못했다.


▲ 영상 취재 : 황태훈 기자

“더 이상 야구를 못하는 건 아닐까 고민도 많았어요. 하지만 백운초교 4학년 때부터 20년간 매달렸던 야구를 포기할 수는 없었죠.”

조성환은 공익근무를 하는 틈틈이 하루 4시간씩 힘을 키우는 웨이트트레이닝을 계속했다. 언제든 다시 그라운드에 설 준비를 하기 위해서였다. 롯데 구단은 지난해 가을 그를 불렀고 그는 마무리 훈련에 합류했다. 김무관 타격코치에게서 외다리 타법을 익히며 부활을 준비했다.

“개인 성적 욕심은 없습니다. 가을에도 야구 하기를 바라는 부산 팬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이를 악물고 뛰어야죠.”

1999년 7월 1군에 올라 박정태(롯데 코치), 마해영 등 하늘 같은 선배와 함께 뛰게 된 날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는 조성환. 그는 “지난날의 잘못을 노력하는 모습으로 갚겠다”며 활짝 웃었다.

부산=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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