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불멸의 기록(상)…투수 두명으로 월드시리즈 제패

  • 입력 2008년 6월 3일 09시 18분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야구 선수는 기록을 남긴다?’

스포츠 종목 중 야구처럼 다양한 기록으로 선수들의 활약을 가늠할 수 있는 종목은 드물다. 긴 역사만큼이나 대형 할인마트의 물품 종류 같이 온갖 기록이 쏟아져 나오고, 야구역사에 그 흔적을 남긴다. 이같은 기록들은 후학들의 목표가 되고 자신의 위대함을 증명할 수 있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강물이 흐르듯 시대가 변하고 야구 환경도 바뀌면서 현대의 야구 선수들은 도저히 근접할 수 없는 불멸의 기록들이 존재한다. 늘 접하는 단순한 ‘불멸의 기록’을 한 꺼풀 더 벗기며 기록책에 불사조처럼 남아있을 기록들을 살펴봤다.

이제는 개인 통산홈런 부문에서 배리 본즈와 행크 에런에 밀리며 3위에 랭크돼 있는 베이브 루스는 홈런이라는 야구의 꽃을 활짝 피운 개척자이다. 그가 세운 수많은 기록 중 가장 인상 깊은 기록은 아마 시즌 홈런 부문에서 2위와의 격차가 가장 큰 기록이 아닌가 한다.

1920년 루스는 54개의 홈런을 뿜어냈다. 그런데 2위는 조지 시슬러로 그의 시즌 홈런은 19개. 그 이듬해에 루스는 자신의 홈런 기록을 59개로 끌어올렸다. 홈런의 매력에 빠지기 시작한 타 선수들도 홈런에 신경을 썼지만 공동 2위 켄 윌리엄스와 봅 뮤셀은 24개에 그쳤다. 2위와의 차는 35개로 이 기록은 아마 영원히 깨지기 어려울 것 같다.

이와 반대로 깨지기 어려운 비참한 홈런 기록도 있다. 1945년 워싱턴 세네터스는 홈구장 그리피스 스타디움에서 홈런을 단 1개만 기록했다. 당시 그리피스 구장의 좌측 펜스는 123m, 센터는 128m, 우측은 97.5m로 좌측이 기형적으로 긴 구장이었던 것이 큰 이유다. 그래도 원정 경기에서는 26개의 홈런을 기록했으니….

1910년 월드시리즈에서 시카고 컵스와 맞붙은 필라델피아 어슬레틱스는 4승 1패로 우승을 차지했다. 5차전까지 간 이 시리즈에서 필라델피아가 활용한 투수는 단 2명으로 잭 쿰스와 치프 벤더 뿐이었다. 1차전 벤더의 완투승, 2차전 쿰스의 완투승, 3차전 역시 쿰스의 완투승, 4차전은 벤더의 완투패, 마지막 5차전은 쿰스의 완투승이었다. 이 기록을 깨기 위해서는 어느 팀이건 월드시리즈에서 단 1명의 투수가 한경기를 다 던져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원포인트 릴리프까지 활용하는 요즘의 야구환경을 생각하면 이 기록은 영원히 남아있을 것이다.

한 경기에 훗날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선수 7명이 연속으로 포진한 경우를 본 적이 있는가! 물론 이 경기는 올스타전이 아니다. 1924년 뉴욕 자이언츠는 월드시리즈에서 워싱턴 세네터스와 맞붙었다. 치열한 공방 끝에 7차전까지 흘렀고, 1번에 프레드 린드스트롬, 2번 프랭크 프리시, 3번 로스 영스, 4번 조지 켈리, 5번 빌 테리, 6번 핵 윌슨, 7번 트레비스 잭슨까지 훗날 명예의 전당에 들어간 강타자들을 포진 시켰다. 경기결과는 연장 12회 3-4 패배. 승리투수는 ‘인간 기관차’ 월터 존슨이었다.

이제 감독과 연관된 깨지기 어려운 진기록을 살펴보자. 불같은 성격으로 유명했던 빌리 마틴은 감독 생활 19년 중에서 자신의 친정팀 뉴욕 양키스를 8년 동안 이끌었다. 통산성적은 1253승 1013패.

여기까지는 그냥 평범한 성적이다. 문제는 양키스 감독을 5번 역임하고 5번 해고됐다는 것이다. 75년부터 78년까지 양키스를 이끌며 1차례 월드시리즈 우승과 3차례 리그 챔피언에 올랐지만 78년 역시 참을성이 토끼 꼬리처럼 짧고 화를 잘 내는 조지 스타인브레너 구단주, 그리고 슈퍼스타 레지 잭슨과의 충돌로 경질되고 말았다. 그 이듬해 다시 감독을 맡았지만 시즌 중에 해임되고 83년, 85년, 88년 각각 양키스 사령탑을 맡았지만 83년을 제외하고는 역시 시즌을 마치지 못하고 경질됐다. 앞으로 어느 감독이건 그것도 한 팀에 이렇게 여러 차례 고용되고 해임된 사례는 나오지 않을 것 같다.

무려 53년간 감독을 역임해 이미 누구도 근접할 수 없는 감독 재임 기간 기록을 갖고 있는 코니 맥 감독은 필라델피아 어슬레틱스 감독만 50년을 지냈다. 이것 역시 깨지지 않을 기록이다. 그런데 더더욱 놀라운 기록은 총 53년간의 감독 생활 중 44년간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못하고도 해임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스스로가 어슬레틱스의 구단주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건 좀 심하다는 느낌이다.

아무래도 1900년 이전 기록은 현대야구와 규칙도 다른 것이 많아서 제외하기로 했다. 한 꺼풀 더 벗겨본 깨지지 않을 기록들은 다음 주에도 계속된다. 영원불멸의 기록들은 앞으로도 쭉 이어지리라 믿는다.

송재우 | 메이저리그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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