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우정! 승부앞에선 접었다

  • 입력 2008년 5월 13일 02시 59분


200승 vs 195승… 프로축구 두 60대 사령탑 김호-김정남 감독 ‘최다승 경쟁’

1960~70년대 한국축구 부흥 이끈 아시아 최고 ‘수비 콤비’

감독 입문 후 엎치락뒤치락… 울산 전력앞서 재역전 관심

대전 시티즌 김호(64) 감독이 앞으로 거둘 승리 하나하나는 그대로 한국 프로축구의 역사이자 이정표이다. 김호 감독은 11일 부산 아이파크를 상대로 승리를 따내며 사상 처음으로 통산 200승 고지에 올랐다.

하지만 그의 발걸음은 결코 외롭지 않다. 한 살 위이지만 친구 사이인 울산 현대 김정남(65) 감독이 12일 현재 195승으로 바짝 추격하고 있기 때문.

한국 축구의 살아 있는 역사인 두 60대 감독이 올 시즌 보여주고 있는 최다승 라이벌전은 20년 넘는 세월을 이어온 장편 서사시의 뒷부분이긴 하지만 아직 그 끝을 예상하긴 이르다. 25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역사의 국내 프로축구에서 이렇듯 긴 호흡으로 지켜볼 수 있는 대상이 있다는 사실 또한 하나의 축복인 셈.

둘은 선수 시절엔 라이벌보다는 환상의 콤비로 불렸다. 둘 다 화려한 공격수가 아니라 수비수였지만 1960, 70년대 한국 축구의 부흥을 이끈 수비 콤비라는 찬사를 받았다.

키 177cm로 당시로선 체격이 컸던 김호 감독이 거친 몸싸움을 즐겨하며 상대 공격수를 물고 늘어지는 역할을 했다면 170cm의 김정남 감독은 스위퍼로 그의 뒤에서 상대 패스 길목을 차단하는 역할을 맡았다. 김정남 감독은 “눈빛만으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을 만큼 호흡이 잘 맞았다”고 기억한다.

‘김-김 콤비’는 비록 월드컵이나 올림픽 무대를 밟지는 못했지만 당시 아시아 최고 대회였던 킹스컵을 1969년부터 3회 연속 우승으로 이끄는 등 한국 축구가 아시아 정상에 서게 한 주춧돌 역할을 했다.

프로축구 지도자 경력은 김호 감독이 김정남 감독보다 1년 빨랐다. 김호 감독은 1984년부터 3년간 한일은행, 1988년부터 현대 호랑이(현 울산 현대)에서 다시 3년간 사령탑을 맡았다. 김정남 감독은 1985년부터 유공(현 제주 유나이티드) 사령탑을 6년간 지냈다. 이 첫 6년간 김정남 감독은 49승을 거둬 35승의 김호 감독을 앞섰다.

국내 축구에 전술 개념을 도입한 1세대로 평가받는 김호 감독이 승수 쌓기에 가속도를 붙인 것은 1996년 수원 초대 감독으로 부임한 이후. 2003년 시즌을 끝으로 수원을 떠날 때까지 수원에서만 153승을 따냈다.

김정남 감독은 1991년 이후 대한축구협회에서 행정가로 활동하다 2000년 울산 감독으로 9년 만에 현역에 복귀한 뒤 꾸준히 성적을 쌓아 지난 시즌 통산 190승 고지에 올랐다.

올 시즌 울산은 객관적인 전력에서 대전보다 한 수 위로 평가받기 때문에 두 사람의 최다승 경쟁은 앞으로 더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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