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얼김의 MLB수다] 야구계 ‘오바마’…피부색 중요치 않아

  • 입력 2008년 5월 1일 08시 29분


요즘 미국에선 버락 오바마 일리노이 상원의원이 민주당 대선후보를 놓고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과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20년 이상 살아온 사람으로서 과연 오바마 의원이 민주당 후보가 된 뒤 대선에서도 백인 상원의원 존 매케인을 누르고 백악관을 차지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오바마 의원을 응원할 것이지만.

몇년전 메이저리그에서도 비슷한 상황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오마르 미나야 뉴욕 메츠 단장이 그 주인공입니다. 물론 어느 한 나라의 대통령 후보를 스포츠팀 단장과 비교하는것은 무리일 수도 있겠지만 당시 미나야 단장의 등장은 나름대로 미국 야구계엔 아주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미나야 단장을 처음 만난 것은 1999년이었습니다. 당시 미나야 단장은 메츠 부단장과 국제 스카우트 총책임자였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당시에도 메츠에 소수민족인 직원은 몇 명 되지 않았습니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미나야 단장은 내게 아주 좋은 조언을 해주곤 했습니다. 간혹 시간이 나면 그의 사무실에서 점심을 먹기도 했고 한국선수들에 대해서 이것저것 물어보는 때가 많았습니다.

당시 미나야 단장이 눈독을 들이고 있던 한국선수는 구대성 선수였습니다. 당시 구대성 선수는 한화소속이었지만 구단으로부터 해외진출을 허락받은 상황이었고 한국까지 직접 찾아가 유심히 관찰했던 선수 중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구대성 선수는 일본행을 선택했고 수년후에야 메츠 유니폼을 입게 되었습니다.

미나야 단장은 스카우트 출신입니다. 그의 썰렁하고 항상 텅빈 사무실이 말해주듯 현장에서 부딪치는 스타일입니다. 컴퓨터나 데이터를 놓고 스태프와 회의나 연구를 하는 아이비리그 출신의 젊은 단장과는 달리 중남미와 아시아를 오가며 선수를 찾아내는 스타일입니다. 지금은 그의 활동적인 점을 높이 평가해주지만 부단장 시절엔 오히려 걸림돌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스티브 필립스 단장이 경질되고 단장자리가 비었을 때 그에겐 기회가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간혹 새로운 기회가 있기는 했지만 1차 인터뷰의 벽을 넘지 못했습니다. 영어도 완벽하게 구사하지 못하는 검은색 피부의 미나야는 그저 좋은 스카우트로밖에 보이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물론 인터뷰 자체가 홍보성이었을 가능성도 있구요.

미나야 단장은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메이저리그는 성적과 퍼포먼스(performance)가 전부인 곳이다. 다른 것은 필요없다.” 그게 자신의 야구인생에 있어서 걸림돌이 될 수 있는 피부색과 언어장벽을 넘게 해준 그의 철학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미국 주류사회에서 무시할 수 없는 게 피부색입니다. 때론 많은 사람들의 핑계거리가 되기도 하지만 미나야 단장은 그 자체를 무시하고 자기자신을 믿고 끊임없이 도전했기 때문에 지금 그 자리에 있는 것 아닐까요. 그래서 어쩌면 오바마 의원한테도 기회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Special Contributer·daniel@pnkunited.com

대니얼 김 Special Contributer

OB 베어스 원년 어린이 회원으로 어릴 적부터 야구에 미쳤다. 85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간뒤 뉴욕 메츠 직원을거쳐 김병현과 서재응의 미디어 에이전트코디네이터로그들과 영욕을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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