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감독은 달랐다. 화려한 사자성어를 섞어가며 전 감독을 살살 자극하던 말솜씨는 온데간데 없었다. “수세에 몰린 우리로서는 3차전이 반격의 기회를 포착하느냐, 아니면 무너지느냐의 갈림길”이라면서 “선수들도 심기일전했다. 홈팬들 앞에서 부끄럽지 않도록 자부심을 갖고 경기를 하겠다”고 비장하게 말했다. ‘정신무장’이 이미 끝났다는 뜻이었다.
전 감독도 삼성이 ‘죽기 살기’로 나올 것이라고는 미리 예상하고 있었다. 혹시나 동부 선수들이 해이해질까 싶어 함부로 웃지도 않았다. “전술도 중요하지만 심리적인 면도 중요하다”면서 “안정감을 주면서도 방심하지 않도록 수차례 얘기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감독이 바라는 대로만 된다면 얼마나 좋겠냐”던 전 감독의 걱정은 현실이 됐다.
동부는 경기 내내 접전을 펼쳤지만 집중력에서 삼성을 이겨내지 못했다. 2차전의 영웅 김주성은 3쿼터 3분48초만에 네번째 반칙을 범했다. 80-80으로 맞선 4쿼터 6분42초에는 결국 5반칙으로 퇴장당했다. 84-85로 한점 뒤진 종료 1분28초 전 레지 오코사가 던진 자유투 두개가 모두 림을 빗나갔고, 곧이어 표명일도 첫번째 자유투를 실패했다. 종료 2초전. 85-88에서 오코사가 천금같은 자유투 3개를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마지막 한개가 림을 스치고 떨어졌다. 승부는 그렇게 끝이 났다.
경기 직후. 양팀 감독의 코멘트는 2시간 전과 사뭇 달랐다.
전 감독은 여전히 사람 좋게 웃었지만 “약이 올라서 다음 경기에 한 템포 쉬겠다는 말은 취소”라고 했다. “우리 선수들이 1, 2차전보다 덜 뛴 게 사실”이라면서 “접전을 펼쳤어도 졌으니 아무 소용없다”고 아쉬움을 삼켰다. 반면 승장 안 감독은 “큰 그림이 모두 맞아떨어졌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자유투 성공률이 낮았다는 지적에 기록지를 확인한 그는 “62였네. 그럼 내일은 자유투 훈련을 많이 해야겠다”며 여유를 부렸다.
잠실=배영은기자 ye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