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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9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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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풀뿌리 축구 K3리그에 작은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대기업 주도의 프로축구 K리그, 실업축구 N리그와 달리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K3리그는 생활 축구와 엘리트 축구의 만남을 모토로 지난해 막을 올린 리그. 낮엔 직장에 다니고 밤에 축구하는 ‘주경야축(晝耕夜蹴)’을 한다. 그런데 16개 구단의 운영은 대부분 시민들이 조금씩 힘을 보태 오히려 K리그보다 나은 내실을 다지고 있다.
경기 양주시민축구단은 한양건설과 이마트 등 군소 지역업체로부터 다양한 지원을 받는다. 여기에 시민 2600여 명의 회비가 큰 힘을 보태고 있다. 휴대전화 CMS로 1인당 3000원에서 최대 3만 원까지 매월 후원을 받는다. 이 추세면 올해 안에 시민 서포터스는 5000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양주시민축구단은 지역 대기업에서 2억, 3억 원을 제안하며 유니폼 광고를 제안했지만 당당하게 거부했다. 선수들에게는 적지만 월급까지 주며 흑자를 내고 있다. 올해 초엔 유형종(23)을 러시아 2부리그로 이적시키기도 했다.
천안 FC도 개미군단의 후원이 돋보인다. 매달 1만 원씩 후원하는 시민이 1000명에 이른다. 지역 사찰인 각원사를 비롯해 스타스포츠, 지리산산삼, 그레이하운드여행사 등이 후원사로 참여한다.
경남 창원유나이티드는 인적 네트워크로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고 있다. 구단 관계자와 친밀하면서 축구에 관심이 있는 기업인을 먼저 끌어들였다. 동아렌터카와 무학소주, 효성에버그린, 켈미스포츠 등 다양하다. 시민들이 내는 월 1만 원 후원도 꾸준히 늘고 있다. 원년 우승팀 서울 유나이티드는 나이키와 KTF SHOW 등 대기업 스폰서에 1만, 3만, 5만 원 등 개인 후원으로 올해도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K3리그는 16개 구단 중 8개 팀이 입장료를 받는다. 그래도 수백 명의 팬이 찾는다. K리그 일부 구단의 경우 공짜 표를 무한정 뿌리고 실업 14개 구단 중 1개 구단만 입장료를 받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K3리그의 시작은 미미하다. 하지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등 유럽리그는 이런 시민들의 참여가 모태가 돼 세계적인 리그가 됐다. 박지성이 뛰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2006년 미국의 대형 보험회사 AIG로부터 4년간 5650만 파운드(약 1조940억 원)의 후원을 받은 배경도 열성적인 시민 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 J리그도 대기업 위주로 운영하다 적자가 커지자 지방자치단체와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해 흑자로 바꿨다.
시민이 참여하면 팬이 많아지고 덩달아 기업의 관심도 높아진다. 만년 적자에 허덕이는 K리그가 K3리그의 시민혁명을 보고 배워야 할 것 같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