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밝힌 ‘목동시대’ 절반의 성공

  • 입력 2008년 4월 3일 03시 01분


“자∼. 처음이니까 하나하나 배워갑시다.”

단상 위 응원단장은 진땀을 뺐다. 새 응원가와 구호를 불렀지만 관중에게 익숙하지 않아서다. 하지만 관중은 ‘공부’하듯 구호를 따라하며 하얀색 막대풍선을 연방 흔들었다. 정원 1만6000명 중 4833명만이 찾아 내야석만 겨우 메웠지만 새롭게 출발하려는 열기만큼은 3만 관중의 부산 사직구장 못지않았다.

프로야구 제8구단 우리 히어로즈가 스폰서 계약 지연, 일부 선수의 전지훈련 불참, 홈구장 공사 지연 등 각종 난제를 뚫고 결국 ‘목동 시대’를 연 것이다.

이광환 감독은 “얼마나 관중이 올지 걱정된다”고 했지만 제법 개막전 분위기가 나자 활짝 웃었다.

1일 한화와의 개막전에서 ‘히어로’라는 이름의 마스코트는 인기그룹 ‘크라잉넛’이 ‘말 달리자’라는 노래를 부르자 개그맨 양배추가 유행시킨 말 가면을 쓰고 나와 관중을 웃겼다. 또 KBS 2TV인기 프로그램 ‘미녀들의 수다’의 라리사 씨는 치어리더로 나서 주목을 끌었다.

특히 2001년 일본 지하철 사고의 의인 고 이수현 씨의 아버지 이승대 씨가 시구자로 나서기도 했다.

선수들은 클리프 브룸바의 시원한 목동 1호 홈런과 조평호의 9회말 끝내기 역전 안타로 짜릿한 첫 승리를 팬들에게 안겼다.

하지만 아쉬움도 많았다. 지정석은 탁자가 없어 불편했고, 비닐 테이프를 이용해 임시방편으로 나눈 지정석과 일반석의 경계는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5000명 가까운 관중이 찾았지만 매점은 2층 가운데 1곳뿐이었다. 경기장 밖에는 미처 치우지 못한 공사용 자재가 남아 있었다.

우리 관계자는 “하루빨리 음식점 등 편의시설을 확충하겠다”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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