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벌써 ‘로이스터 효과’

  • 입력 2007년 12월 13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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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위→8위→8위→8위→5위→7위→7위. 2001년부터 올해까지 7년간 롯데가 받아 든 성적표다. 4년 연속 꼴찌에 7년 연속 플레이오프에는 나가 보지도 못했다. ‘가을에도 야구 하자’라는 말은 늘 헛구호였다. 롯데는 프로야구 출범 때부터 복 받은 팀이었다. 야구 도시 부산이 연고지였기 때문이다. 롯데는 1991년 사상 처음으로 시즌 홈 관중 100만 명을 모았고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이듬해에는 120만 명을 돌파했다. 하지만 성적이 추락하면서 관중도 급감했다. 2002년에는 ‘잘나갈 때’의 10분의 1 수준인 12만여 명에 그쳤다. 올 시즌 관중은 75만여 명. 그나마 초반에 성적이 괜찮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롯데가 꺼내 든 카드는 프로야구 사상 첫 외국인 감독의 영입. 롯데는 지난달 26일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밀워키 브루어스 감독 대행을 지낸 제리 로이스터(사진)를 새 사령탑으로 발표했다. 선수단과 상견례를 하기 위해 한국에 왔던 로이스터 감독은 취임식 바로 다음 날 미국으로 돌아갔다. 당시 로이스터 감독은 올 시즌 롯데 경기를 담아 놓은 DVD와 선수 관련 자료를 한 아름 안고 떠났다. 내년 1월 8일 돌아올 때 자료들은 머릿속에 저장돼 있을 것이다.

감독은 국내에 없지만 ‘로이스터 효과’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무엇보다 선수들의 주전 경쟁이 치열해졌다. 외국인 감독에게 과거의 이름값은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잘 아는 까닭이다. 올해 125경기에 출전했던 붙박이 포수 강민호는 요즘 들어 “내년에 주전으로 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말을 달고 다닌다. ‘6년간 40억 원’을 받으며 자유계약선수(FA) 대박을 터뜨렸지만 기대에 못 미쳤던 외야수 정수근도 확 달라졌다. 전임 강병철 감독에게 ‘그린 라이트’(감독의 지시 없이도 도루를 할 수 있는 권한)를 회수당했던 정수근은 새 감독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어 전매특허인 빠른 발로 예전의 명성을 되찾겠다는 각오다. 지난달에는 상조회장을 맡아 고참으로서 심기일전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미국프로야구 마이너리그에서 뛰었던 투수 송승준의 ‘증언’도 선수들에게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송승준은 “같은 팀은 아니었지만 로이스터 감독은 훈련할 때도 선수들이 걸어다니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전담 통역이 있긴 하지만 새 감독과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영어를 배우는 직원도 늘고 있다.

롯데는 내년 시즌에 대비해 눈에 띄는 전력 보강을 하지 못했다. FA를 선언했던 SK 이호준과 접촉만 했지 잡지 못했다. 그 대신 메이저리그 출신의 페르난도 아로요 투수코치를 영입했고 외국인 투수 2명을 데려올 계획이다.

롯데의 한 관계자는 “로이스터 감독이 마이너리그 선수들을 꿰뚫고 있기 때문에 괜찮은 선발 투수들을 영입할 수 있을 것”이라며 “클린업 트리오는 이대호를 중심으로 군에서 제대한 차세대 거포 서정호와 호타준족의 조성환을 배치할 것 같다”고 전했다.

로이스터 감독이 ‘야구의 히딩크’가 될 수 있을까. 부산 팬들은 잔뜩 기대하고 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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