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태휘 결승골… 열광의 광양

  • 입력 2007년 11월 26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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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드래곤즈의 곽태휘(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포항 스틸러스와의 FA컵 결승전에서 2-2로 맞선 후반 41분 그림 같은 중거리 슛으로 승부를 뒤집은 뒤 주먹 쥔 오른팔을 번쩍 들며 기뻐하고 있다. 광양=연합뉴스
전남 드래곤즈의 곽태휘(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포항 스틸러스와의 FA컵 결승전에서 2-2로 맞선 후반 41분 그림 같은 중거리 슛으로 승부를 뒤집은 뒤 주먹 쥔 오른팔을 번쩍 들며 기뻐하고 있다. 광양=연합뉴스
“와∼.”

곽태휘가 미드필드 중앙 30m 지점에서 날린 중거리 슛이 오른쪽 골네트로 빨려 들어가자 1만1000여 팬들은 일제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함성을 터뜨렸다. ‘축구 도시’ 전남 광양이 모처럼 축구 열기에 휩싸였다.

25일 광양전용구장에서 열린 2007하나은행 FA(축구협회)컵 전국축구선수권대회 결승 1차전.

‘포항제철 산하의 형제 팀 맞대결’로 관심을 모은 이날 경기에서 전남 드래곤즈가 포항 스틸러스에 3-2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지난해에 이어 FA컵 2연패를 눈앞에 뒀다. 2차전은 12월 2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다.

광양에 축구 열기를 다시 몰고 올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 준 승리였다. 1990년대 중후반만 해도 광양은 대표적인 축구 도시였다. 1만4000여 팬을 수용하는 경기장은 늘 만원을 이뤘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팬들은 등을 돌렸고 이젠 K리그 경기가 열릴 때면 관중석의 빈자리가 많은 구장으로 낙인이 찍혔다. 과거라면 이날 같은 FA컵 결승 때는 표를 못 구해 경기장에 들어오지 못하는 팬들의 원성이 쏟아져야 함에도 이날 스탠드는 빈 곳이 많았다.

1994년부터 2004년까지 전남 단장을 두 차례 지낸 서정복 전남축구협회 회장은 “스타가 없다. 팬들은 스타를 보러 오는데 지금 전남엔 이렇다 할 스타가 없다. 허정무 감독이란 스타 하나론 팬들을 끌어 모으기에 모자라다”고 말했다. 사실 전남은 올해 떠오르는 ‘차세대 골키퍼’ 김영광을 울산 현대에, 대표팀 부동의 수비수 김진규를 FC 서울에 보냈다. 지난해엔 루마니아 용병 네아가를 성남 일화로 보냈다. 현재 베스트 11에 그나마 스타라면 올림픽대표팀 수비수로 떠오른 강민수와 김치우 정도.

하지만 전남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김치우 김승현 곽태휘의 골을 앞세워 올 K리그를 제패한 포항에 역전승을 거뒀다. 전남은 1-2로 뒤지던 후반 36분 교체멤버 김승현의 동점골, 후반 41분 곽태휘의 그림 같은 중거리 슛으로 승부를 뒤집었다. 역전승에 열광한 팬들은 ‘허정무’와 ‘곽태휘’를 연호하며 한동안 경기장 주변을 떠나지 못했다.

광양이 ‘축구 도시’로 다시 돌아올 수 있는 희망을 보았다.

광양=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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