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메이저퀸… 오! 오초아

  • 입력 2007년 8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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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풍’ 잠재우고 5언더… “철인3종-축구 등 만능 스포츠우먼”

“기다린 보람이 있다. 첫 메이저 타이틀 획득 장소로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6일 끝난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로레나 오초아(26·멕시코).

24번째 도전 만에 생애 첫 메이저대회 우승컵을 안은 오초아는 당초 대회 장소인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파73)와는 ‘궁합’이 맞지 않아 보였다.

500년 전 바닷가에 그대로 조성한 링크스 코스여서 강풍이 심하게 불고 112개나 되는 ‘항아리 벙커’에 러프가 무성해 높은 탄도의 샷을 구사하는 그에게는 불리했다. 테니스로 치면 잔디 코트 전문 선수가 클레이 코트에서 고전하는 것과 비슷했다.

하지만 오초아는 코스의 특성에 순응하며 창의적이고 합리적인 공략으로 완승을 거뒀다.

1라운드에서 바람이 잠잠했던 오전에 티오프한 덕택에 6언더파를 몰아치며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운 게 주효했다. 3라운드 때는 최고 시속 60km에 이르는 강풍 속에서도 타수를 잃지 않았고 나흘 동안 벙커에는 3번밖에 빠지지 않았다. 풍부한 상상력을 동원한 절묘한 어프로치로 버디보다 값진 파를 세이브하며 스코어를 지켰다.

같은 코스에서 벌어진 2005년과 1984년 브리티시오픈에서 우승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와 스페인의 골프 영웅 세베 바예스테로스를 떠올리게 했다.

스코틀랜드 출신으로 한때 박지은과 호흡을 맞췄던 전문 캐디 데이브 브루커의 도움도 컸다. 강풍으로 유명한 제주에서 열린 2004 나인브릿지클래식에서 박지은이 우승하는 데 일등공신이었던 브루커는 가장 효과적인 올드코스 공략법을 오초아에게 제공했다.

오초아는 수영 농구 배구 축구 등 안 해본 운동이 거의 없을 정도인 만능 스포츠우먼.

10대 때 4000∼5000m 고봉을 등정했고 17세 때는 산악자전거 트레킹 수영 카약 밧줄타기 등으로 이뤄진 산악종주 경기인 에코톤에 출전해 완주한 경험도 있다. 철인3종 경기도 두 차례나 완주했다. 무모할 만큼 공격적인 플레이로 우승을 거머쥐기도 했지만 유독 큰 경기에 약해 ‘새가슴’이란 엇갈린 평가도 받아 왔다.

노르웨이 크루즈 여행으로 우승 뒤풀이를 즐길 계획인 오초아는 모국인 멕시코 당국을 설득해 골프 대중화를 위한 대중 골프장 증설을 유도했고 유망주를 발굴하려고 ‘오초아 골프 아카데미’도 설립했다. 이미 국민영웅 대접을 받는 오초아에게 사상 첫 멕시코 출신 여자 메이저 챔피언이란 타이틀은 또 하나의 영광이 아닐 수 없다.

브리티시여자오픈 최종 성적
순위선수스코어
1로레나 오초아-5287(67-73-73-74)
2이지영-1291(72-73-75-71)
마리아 요르트291(75-73-72-71)
4라일리 랭킨 E292(73-74-74-71)
5지은희+1293(73-71-77-72)
박세리293(73-73-75-72)
11박인비+3295(69-79-76-71)
민나온295(72-75-75-73)
28신지애+7299(76-74-77-72)
33이미나+8300(71-76-79-74)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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