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지만 잘 싸웠다"…평창유치 실패, 강원도민 표정

  • 입력 2007년 7월 5일 17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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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은 남지만 모두들 잘 싸웠습니다."

5일 오전 8시22분 평창군청 앞. 자크 로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2014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소치'를 발표하자 숨을 멈춘 채 두 손을 모으고 지켜보던 강원도민들의 입에서는 일순간 "아~"하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8년이나 노력을 해 왔는데…, 어떻게 이럴 수가"라며 모두 망연자실했다.

발표 직전까지 평창이 개최지로 결정되기를 간절히 기원하며 거리응원전을 펼쳤던 인파들 속에서는 "할 만큼 했는데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느냐"는 소리와 함께 곳곳에서 흐느낌이 퍼져 나갔다.

침통해진 분위기 속에서도 한편에서는 "아쉽지만 잘 싸웠다. 할 만큼 했다"라며 손에 쥔 태극기를 흔들었고 "또 한번 도전해 우리의 참 모습을 보이자"고 고함을 지르며 주민을 위로하는 모습도 보였다.

거리응원전에 참석했던 많은 주민들은 결과가 믿기지 않는 듯 자리를 뜨지 못했고 시청과 군청 광장에 삼삼오오 모여 걱정 어린 모습으로 향후 전개 될 일을 논의하는 모습도 보였다.

김성태(66·농업· 강원 평창군)씨는 "지난번에 너무 아깝게 탈락해 이번에는 반드시 유치 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안타깝다"며 "발표직후 다리가 떨리며 일손마저 잡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권혁승 평창군수는 발표직후 권순철 부군수를 통해 "2010년 유치 실패의 쓰라린 눈물을 삼키고 군정의 최대 현안으로, 군민의 최대 염원으로 전력을 쏟았는데 또 다시 좌절돼 죄송스럽다"고 유감을 표했다.

이근식 강릉부시장은 "시민들이 어느 때 보다도 큰 성원을 보내줬음에도 보답하지 못했다"며 "상심한 시민들을 위해 전 공무원들은 지역발전을 위해 2배, 3배 이상 노력하며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올림픽 유치 실패로 강원지역의 개발사업이 차질을 빚는 등의 후폭풍이 예상되고 있다.

당장 강원도개발공사가 동계올림픽 개최 예정지였던 용평스키장 인근의 4.98㎢의 부지에 조성 중인 알펜시아 리조트의 분양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강원도개발공사에 현물(토지)을 출자한 강원도와 리조트 조성 사업비 마련을 위해 지방채를 발행한 강원도도 재정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의 장기 국토종합개발 계획보다 앞당겨 건설 될 예정이던 원주~강릉 전철(120km)과 56번 국도 진부~나전간 32.9km 구간 선형개량사업 등 교통망 확충사업도 차질이 예상된다.

김 모(45·사업·강원 춘천시)씨는 "진행 중이거나 계획했던 많은 사업들이 일시에 중단 될 경우 한껏 기대에 부풀었던 주민들의 실망이 크지 않겠느냐"며 "정부는 이 같은 주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줘야 한다"고 말했다.

평창=최창순기자 cs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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