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닮고싶어요’... ‘자갈치’ 김민호의 아들 김상현

  • 입력 2007년 7월 3일 14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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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부산의 야구팬들은 80년대와 90년대를 거치며 롯데 자이언츠의 간판스타로 군림했던 '자갈치' 김민호를 기억한다. 금테 안경을 낀 학구적인 이미지에 껌을 질겅질겅 씹으며 타석에 들어서는 그의 모습은 어딘지 어설퍼 보였지만 당시 부산 사직구장에서 김민호의 무게감은 남달랐다.

김용희-김민호-마해영-이대호로 이어지는 롯데의 4번타자 계보 중 팬들의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이는 누가 뭐래도 김민호였다.

은퇴 후 동의대 감독과 롯데 타격 코치를 거쳤던 김민호는 올해부터 부산고등학교 야구부 감독에 취임했다. 대학, 프로에 이어 고교야구 지도자까지 모두 섭렵하게 된 셈이다.

부산고 야구부에는 김민호 감독의 친아들 상현(18)군이 아버지 밑에서 직접 야구 수련을 받고 있다. 2대에 걸쳐 야구를 하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부자간에 한 팀에서 감독과 선수로 활약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3학년생인 김상현의 포지션은 아버지와 같은 1루수. 주로 부산고의 3번타자로 활약 중이다. 큰 키와 호리호리한 체격은 김민호의 현역시절을 연상시키지만 얼굴은 아버지와 달리 꽤 곱상했다.

아버지 밑에서 야구를 하니 불편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김상현은 고개를 저으며 "불편할 것도 없어요. 집에서 보는 아버지와 크게 다를 바 없죠."라고 말했다. 야구장에서는 부자지간을 떠나 보통의 스승과 제자 사이일 뿐 이라는 것.

김민호가 롯데의 주포로 뛸 당시, 김상현은 나이가 어려 아버지의 활약상을 직접 본 적은 많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아버지의 현역시절 모습을 누구보다도 많이 지켜봤다. 바로 녹화된 비디오테이프를 통해서였다. 이 비디오테이프들은 김상현이 야구 선수가 되기로 결심한 결정적인 계기를 만들어 줬다.

"아버지가 뛰던 경기를 녹화한 비디오를 보면서 야구 선수로의 꿈을 키웠어요. 처음엔 몰랐는데 자꾸 보다 보니 야구에 대한 재미도 생기고 선수들이 멋져 보였어요."

김상현은 아버지의 현역 시절 모습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90년도 올스타전을 꼽았다. 김상현은 "당시 아버지가 중요한 순간에 홈런을 쳐서 올스타전 MVP에 올랐는데 아주 인상적이었어요." 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민호 감독은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아들의 야구실력에 대해 여전히 불만이 많다. 그는 "상현이가 팀의 3번타자니 좀 더 잘 쳐 줬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키(186cm)는 큰데 몸무게(79kg)가 덜 나가 파워가 부족하다."며 아들의 단점을 지적했다. 그래도 부정(父情)은 속일 수 없었다. 김민호 감독은 "스윙이 부드러우니 앞으로 잘 해낼 것"이라며 자신의 뒤를 이어 야구계에 뛰어든 상현군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김상현은 이번에 출전한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썩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효천고와의 16강전에서 4타수 1안타, 야탑고와의 8강전에서는 3타수 무안타 1볼넷에 그쳤다.

김민호 감독이 이끈 부산고도 부전승으로 1라운드를 통과한 뒤 효천고를 꺾고 8강에 올랐지만 야탑고에 덜미를 잡히며 4강 진출에는 실패했다. 2학년생들이 중심이 되다보니 아무래도 경험이 부족했다.

그러나 김상현은 이번 대회 부진을 교훈삼아 더욱 자신을 단련하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특히 부산을 대표하는 스타플레이어였던 아버지, 김민호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절대로 나태해 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

동국대 진학이 결정된 김상현에게 닮고 싶은 선수가 누구냐고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박찬호도, 이승엽도 아니었다.

"아버지처럼 한 팀에서 오래 뛰며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

정진구 스포츠동아 기자 jingooj@donga.com

사진=신현석 스포츠동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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