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시]화끈한 성남 썰렁한 관중석

  • 입력 2007년 5월 25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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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성남 일화는 최근 2년을 주기로 선수 영입에 엄청난 투자를 했다.

공식 발표는 하지 않았지만 에이전트에 따르면 많을 땐 250억 원에서 300억 원을 쓴다고 한다. 성남의 모기업인 종교재단이 2003년부터 2년마다 열고 있는 피스컵국제축구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다. 올해도 성남은 7월에 열리는 2007 피스컵을 대비해 국내외의 좋은 선수를 대거 영입했다.

프로에서 투자는 곧 성적. 성남은 23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8강에 올랐고 K리그에서도 무패행진(8승 3무)을 벌이며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1989년 창단한 성남은 전통의 강호. 3연패 두 번(1993∼1995년, 2002∼2004년)에 지난해 우승까지 K리그에서만 7번을 우승했다. 모두 투자의 결과다. ‘공부하는 사령탑’ 김학범 감독에 대한 신임과 지원도 탄탄하다.

그런데 이렇게 잘나가는 팀의 관중석은 언제나 썰렁하다. 지난해 전기 우승과 통합우승에 이어 챔피언 결정전에서 우승을 차지했지만 평균관중 수에서는 8579명으로 14개 구단 중 6위에 그쳤다. 1위 수원(2만4499명)의 3분의 1 수준이다. 올해도 홈 6경기 평균관중이 7605명으로 중위권에 머물고 있다. 이는 성남이 팀 전력 향상엔 힘썼지만 팬 관리를 등한시했기 때문이다.

축구 관계자들은 “성남을 보면 아마추어 팀을 보는 것 같다. 성적만 좋으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운영한다. 성남 정도면 노력하면 팬이 쉽게 모일 것”이라고 말한다.

팬 없는 프로는 존재 가치가 없다. 터키 출신 셰놀 귀네슈 FC서울 감독은 “감독과 선수는 지나가는 나그네지만 팬은 영원하다. 팬이 많아야 구단이 산다”고 말한다. 지난해 관중 1위 수원과 2위(1만8782명) 서울은 구단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함께 치밀한 팬 관리 덕분에 팬이 많은 인기 구단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성남은 강팀이지만 명문팀은 아니다. 잉글랜드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같은 명문팀이 되기 위해선 열광적인 팬들의 응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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