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김미현-박지은 ‘그린 처녀들의 수다’

  • 입력 2007년 5월 11일 03시 01분


코멘트
다정한 자매처럼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의 ‘코리안 빅3’가 한자리에 모였다. 11일 버지니아 주 윌리엄스버그에서 열리는 미켈롭울트라오픈 출전에 앞서 다정한 모습으로 포즈를 취한 박지은, 박세리, 김미현(왼쪽부터). 사진 제공 JNA
다정한 자매처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의 ‘코리안 빅3’가 한자리에 모였다. 11일 버지니아 주 윌리엄스버그에서 열리는 미켈롭울트라오픈 출전에 앞서 다정한 모습으로 포즈를 취한 박지은, 박세리, 김미현(왼쪽부터). 사진 제공 JNA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뛰고 있는 ‘빅3’ 박세리(30·CJ), 김미현(30·KTF), 박지은(28·나이키골프).

1998년 박세리를 시작으로 김미현(1999년), 박지은(2000년)이 차례로 미국 무대에 진출하면서 코리안 돌풍을 일으킨 주역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여 실컷 수다를 떨었다. 11일 미국 버지니아 주 윌리엄스버그 킹스밀GC(파71)에서 개막되는 미켈롭울트라오픈에 앞서 10일 LPGA 투어 측이 마련한 아시아 선수 초청 파티에 참석한 것. KTF 관계자가 현장에서 이들 삼총사의 만남을 국제전화로 전해 왔다.

어느덧 30대 전후의 나이가 된 이들에게 남자 친구가 화제로 떠올랐다. 박지은은 “이러다 뽀뽀 한 번 못해 보고 죽는 게 아닐까. 세리 언니라도 한 번 해 줄래”라며 박세리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박세리는 “얘가 징그럽게 왜 이래”라고 뿌리치며 웃었다.

올해 초 후배 선수의 소개로 재미교포와 사귀고 있는 박세리는 “언제 한 번 인사시켜 줄 거냐”는 질문에 “너무 잘생겼다. 6월 맥도널드 LPGA챔피언십 때 응원 올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회는 박세리가 처음 우승한 메이저 대회이자 지난해 다시 정상에 서며 부활을 알린 무대. 남자 친구 앞에서 뭔가 보여 주고 싶은 모양이다.

지난주 셈그룹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키 큰 남자와 결혼하고 싶다”고 말했던 김미현은 최근 재미교포 변호사를 소개받기로 했으나 골프를 잘 모른다는 이유로 거절했다고.

나이 먹는 데 대한 서러움도 컸다. 장타자로 유명했던 박지은은 “이제 힘도 달리고, 드라이버 비거리도 줄었다”고 푸념한 뒤 “미현이 언니는 원래 거리가 덜 나가도 잘 치니 별 어려움이 없지 않으냐”며 부러워했다.

김미현이 최근 미국 토네이도 피해자 돕기에 11만 달러의 거금을 내놓은 데 대해 박세리와 박지은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우리도 생각 못한 큰일을 했어. 우승하면 뭐라도 뜻 깊은 일을 해야지.”

박세리는 LPGA 투어에서 통산 23승을 올리며 올해 명예의 전당 입회를 확정지었고 김미현은 8승, 박지은은 6승을 거뒀다.

이들 삼총사는 이 대회와 인연이 깊다. 박지은은 2003년 초대 챔피언에 올랐고 박세리는 이듬해 우승했다. 김미현은 우승은 못했지만 4번 출전해서 모두 톱10에 들었다. 김미현은 “내가 좋아하는 빠른 그린이어서 궁합이 잘 맞는 코스”라며 2주 연속 우승 의욕을 드러냈다.

2004년 나인브릿지클래식 우승 후 오랜 부진에 빠져 지난해에는 한 차례도 ‘톱10’에 오르지 못했던 박지은도 슬럼프 탈출을 다짐했다.

김미현은 대회 장소와 같은 주에 있는 버지니아공대의 총기 난사 사건 희생자들에게도 기부금을 낼 계획이며 박세리와 박지은도 동참할 뜻을 밝혔다.

한참 웃음꽃을 피우던 이들의 뒤로 마침 무지개가 환하게 떠올랐다. 뭔가 좋은 예감이 들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