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박세리를 시작으로 김미현(1999년), 박지은(2000년)이 차례로 미국 무대에 진출하면서 코리안 돌풍을 일으킨 주역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여 실컷 수다를 떨었다. 11일 미국 버지니아 주 윌리엄스버그 킹스밀GC(파71)에서 개막되는 미켈롭울트라오픈에 앞서 10일 LPGA 투어 측이 마련한 아시아 선수 초청 파티에 참석한 것. KTF 관계자가 현장에서 이들 삼총사의 만남을 국제전화로 전해 왔다.
어느덧 30대 전후의 나이가 된 이들에게 남자 친구가 화제로 떠올랐다. 박지은은 “이러다 뽀뽀 한 번 못해 보고 죽는 게 아닐까. 세리 언니라도 한 번 해 줄래”라며 박세리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박세리는 “얘가 징그럽게 왜 이래”라고 뿌리치며 웃었다.
올해 초 후배 선수의 소개로 재미교포와 사귀고 있는 박세리는 “언제 한 번 인사시켜 줄 거냐”는 질문에 “너무 잘생겼다. 6월 맥도널드 LPGA챔피언십 때 응원 올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회는 박세리가 처음 우승한 메이저 대회이자 지난해 다시 정상에 서며 부활을 알린 무대. 남자 친구 앞에서 뭔가 보여 주고 싶은 모양이다.
지난주 셈그룹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키 큰 남자와 결혼하고 싶다”고 말했던 김미현은 최근 재미교포 변호사를 소개받기로 했으나 골프를 잘 모른다는 이유로 거절했다고.
나이 먹는 데 대한 서러움도 컸다. 장타자로 유명했던 박지은은 “이제 힘도 달리고, 드라이버 비거리도 줄었다”고 푸념한 뒤 “미현이 언니는 원래 거리가 덜 나가도 잘 치니 별 어려움이 없지 않으냐”며 부러워했다.
김미현이 최근 미국 토네이도 피해자 돕기에 11만 달러의 거금을 내놓은 데 대해 박세리와 박지은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우리도 생각 못한 큰일을 했어. 우승하면 뭐라도 뜻 깊은 일을 해야지.”
박세리는 LPGA 투어에서 통산 23승을 올리며 올해 명예의 전당 입회를 확정지었고 김미현은 8승, 박지은은 6승을 거뒀다.
이들 삼총사는 이 대회와 인연이 깊다. 박지은은 2003년 초대 챔피언에 올랐고 박세리는 이듬해 우승했다. 김미현은 우승은 못했지만 4번 출전해서 모두 톱10에 들었다. 김미현은 “내가 좋아하는 빠른 그린이어서 궁합이 잘 맞는 코스”라며 2주 연속 우승 의욕을 드러냈다.
2004년 나인브릿지클래식 우승 후 오랜 부진에 빠져 지난해에는 한 차례도 ‘톱10’에 오르지 못했던 박지은도 슬럼프 탈출을 다짐했다.
김미현은 대회 장소와 같은 주에 있는 버지니아공대의 총기 난사 사건 희생자들에게도 기부금을 낼 계획이며 박세리와 박지은도 동참할 뜻을 밝혔다.
한참 웃음꽃을 피우던 이들의 뒤로 마침 무지개가 환하게 떠올랐다. 뭔가 좋은 예감이 들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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