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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5월 10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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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현재 27경기 가운데 조웅천은 15경기에 나왔다. 이는 하루 이틀 된 일이 아니다. 그는 1996년부터 작년까지 11년 연속 50경기 이상 등판했다. 올해 역시 50경기 출전은 무난해 보인다.
지난달 19일 KIA와의 경기에선 사상 최초로 투수 700경기 출전 기록을 세웠다.
○공 2, 3개 던지면 준비 끝 “타고난 중간 계투” 고무팔 자랑
어지간한 선수가 이렇게 던지면 어깨나 팔꿈치에 탈이 나기 마련이다. 그러나 1990년 데뷔한 그는 18년 동안 아파 본 적이 별로 없다.
조웅천은 다른 선수에 비해 어깨가 무척 빨리 풀린다. 연습 투구로 3, 4개만 던져도 준비 완료다. 스스로도 “중간 계투로 타고난 몸”이라고 한다.
평소에도 공을 무척 아낀다. 불펜 피칭을 별로 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캐치볼 횟수도 최대한 줄인다.
○1990년엔 1000만 원짜리 연습생… 2003년엔 4년간 17억 원 FA 계약
데뷔 당시 그는 각광받는 투수가 아니었다. 1990년 연습생으로 연봉 1000만 원을 받고 태평양에 입단했다.
처음 몇 년간은 몇 경기 나오지도 못했다. 다만 봄보다 가을에 좋은 모습을 보여 가까스로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다. 1994시즌 후 정리해고 통보를 받자 “내년에도 안 되면 채소 장사를 하시는 아버지를 돕겠다”는 배수진을 쳤다. 트럭을 몰기 위해 1종 면허도 땄다. 그런데 이듬해 “될 대로 돼라”며 무작정 던진 게 뜻밖의 성공을 거뒀다. 1종 면허는 필요가 없어졌다.
1999시즌 후 다시 위기가 왔지만 가을 캠프에서 싱커를 손에 익히며 장수의 기틀을 마련했다. 조웅천은 2003년 말 중간 계투 투수로는 처음으로 4년간 17억5000만 원에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했다.
○후배 중간 투수들을 위해 ‘가늘지만 긴’ 야구 인생 계속 갈 것
그러나 스포트라이트는 언제나 그의 몫이 아니었다. 그는 이른바 ‘중간’ 투수이기 때문이다. 선발 투수는 승리, 마무리 투수는 세이브라는 결실을 얻는다. 그러나 매 경기 대기하며 위기의 순간에 투입되는 중간 투수에 대한 대우는 상대적으로 박하다.
그는 “선발 투수의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평균자책으로 따지면 4.50이다. 중간 투수에게 그 성적은 ‘불 쇼’ 수준이다”라고 말한다.
그는 “내가 잘해서 좋은 대우를 받는 것이 고생하는 후배 중간 투수들을 위한 길”이라고 했다.
‘짧고 굵은’ 모습이 각광받는 세상에서 그의 야구 인생은 ‘가늘지만 길게’ 계속되고 있다. 빛나지는 않아도 그는 거침없이 자신의 길을 가고 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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