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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3월 26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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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 미키(20)가 1위, 김연아의 동갑내기 라이벌 아사다 마오가 2위.》
김연아의 쇼트프로그램 연기는 정말 굉장했다. 영화 물랑루즈의 삽입곡 ‘록산의 탱고’의 정열적인 리듬에 맞춰 ‘스페인의 무희’가 완벽히 재현됐다. 얼음이 녹지 않은 게 이상할 만큼 뜨거운 연기였다.
기술적으로 완벽했지만 예술적으로는 그 이상이었다. 관중도 놀랐고, 세계도 놀랐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의 필립 허시 기자는 “2분 40여 초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100년이 넘는 여자 피겨 역사에 신기원을 열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김연아를 ‘테크니션’보다는 ‘아티스트’로 꼽는다. 김연아도 “피겨스케이팅은 예술에 더 가깝다”고 했다. 그의 예술성은 반은 타고났고 반은 만들어졌다. 예전 김세열 코치가 뻣뻣하기만 하던 김연아의 안에서 예술가의 기질을 끄집어냈다. 세계적인 안무가인 캐나다의 데이비드 윌슨은 이를 증폭시키는 역할을 해줬다.
하지만 예술도 체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한 시즌 내내 부상으로 신음한 김연아에게 4분이 넘는 프리스케이팅 연기에서 쇼트프로그램의 완성도를 기대하기는 조금 무리였다.
“여름에 체력을 키워야 하는데 부상 때문에 그러지 못했어요. 이쪽을 치료했다 싶으면 저쪽이 아프고, 또 저쪽 치료하면 이쪽이 아프고…. 대회 직전 캐나다에서 체력 훈련을 가장 열심히 했는데 도쿄로 떠나기 이틀 전 꼬리뼈가 갑자기 아파서 걷지도 앉지도 못하고, 체력도 계속 떨어지고…. 정말 힘들었어요.”
프리스케이팅 연기 전 몸을 풀 때부터 몸이 무겁게 느껴져 불안했다는 김연아는 점프 연기에서 두 번 넘어져 이것만으로도 10점이 넘게 깎였다. 최종 점수는 186.14점. 실수만 아니었다면 안도(195.09점)와 아사다(194.45점)를 이길 수 있는 점수였다.
이해가 조금 안 됐다. 김연아는 ‘완벽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그를 지도하는 브라이언 오서 코치는 “연습할 때 ‘이제 좀 그만하자’고 말려야 할 정도로 연습벌레다. 만족을 모른다”고 말한 적이 있다.
김연아는 이 말에 끄덕이면서도 이렇게 덧붙였다. “제가 추구하는 피겨는 남과의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나와의 싸움에서 이기는 거예요. 제가 만족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는 것, 지금은 그게 가장 중요해요.”
도쿄=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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