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훈련 중간점검①] 두산베어스 ‘난 자리보다 든 자리가 든

  • 입력 2007년 2월 26일 13시 34분


코멘트
두산 베어스에게 2007년은 위기이자 기회의 한 해가 될 것 같다.

박명환이라는 토종 에이스를 서울 라이벌 LG에 빼앗겼고 좌완선발 이혜천, 유격수 손시헌의 군 입대로 전력 손실이 이만저만 아니다.

그러나 일본 쓰쿠미 전지훈련을 전두지휘하고 있는 김경문 두산 감독의 표정에선 오히려 자신감이 넘친다. 바로 난 자리 못지않게 든 자리가 든든하기 때문이다.

올 시즌 두산에는 지난해 활약이 미미했거나 새로 온 선수들이 큰 몫을 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없으면 잇몸으로’라는 말이 있지만 이가 빠진 자리에 아예 새로운 금니가 끼워진 느낌이다. 전지훈련 기간 동안 치러진 4차례의 자체 연습경기에서도 이들의 활약은 두드러졌다.

우선 박명환이 떠난 마운드는 자원이 늘어나 오히려 탄탄해진 느낌이다. 토종 에이스 계보를 잇게 될 김명제는 2차례 연습경기에 나와 5이닝 동안 1실점(방어율 1.80)만을 내줬다. 지난해 지독히도 승운이 따르지 않았지만 이제는 경험까지 붙어 확실한 10승 선발 카드로 자리매김할 기세다. 주목받는 신인 임태훈도 4경기에서 중간계투로만 4이닝을 던져 역시 1실점(방어율 2.25)했다.

나란히 군에서 돌아온 두산의 중간계투 3인방 정성훈, 구자운, 이경필은 두산 마운드의 높이를 더욱 끌어올렸다. 장기간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쾌조의 컨디션을 보이고 있는 이들은 약속이나 한 듯 연습경기에서도 위력을 뽐내고 있다. 정성훈이 4경기에서 6이닝 1실점(1.50), 구자운이 4경기 5이닝 무실점, 그리고 이경필은 3이닝 동안 피안타 2개에 1자책점(3.00)만 했다.

두산 타선은 지난 해 보다 더욱 강력해 진 느낌이다. 김경문 감독이 ‘팀 홈런 100개 이상’을 목표로 내걸었을 정도로 장타력이 크게 좋아졌다. 지난 시즌 팀 홈런 55개로 8개구단 최하위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목표치를 두 배 가까이 늘려 잡은 것.

김경문 감독의 자신감은 김동주, 홍성흔 등 기존 중심타자들의 분발 외에도 유재웅, 최준석 등 젊은 피에 대한 믿음에 기인한다.

상무의 4번 타자였던 유재웅은 몰라보게 달라진 슬러거의 모습으로 두산에 복귀했다. 2004년 76경기에 나와 5개의 홈런에 타율 .222을 기록한 평범한 선수의 모습은 간 데 없고 어느새 두산 타선의 중심이 된 듯 듬직하기만 하다.

지난 해 최경환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최준석도 이번 쓰쿠미 전훈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면모를 보이고 있다. 프로야구 최중량 선수이기도 한 최준석은 특유의 파워에 더해 타격의 세기가 눈에 띄게 향상됐다는 평가. 지난 시즌 힘으로만 11개의 타구를 담장 밖으로 넘겼던 최준석은 배팅 컨트롤이 좋아져 더 많은 라인드라이브성 홈런과 타율의 수직상승이 기대된다.

두 선수 역시 4차례 자체 연습경기에서 팀 내 가장 좋은 타격감을 보여주며 김경문 감독을 흐뭇하게 했다. 단적인 예로 4경기에서 나온 4방의 홈런 중 유재웅이 2개, 최준석이 1개를 책임졌다. 이밖에도 유재웅이 17타수 6안타(.353), 최준석이 13타수 5안타(.385)로 연일 불방망이다. 두 선수가 지금과 같은 모습을 시즌까지 이어간다면 두산 타선은 지난해 ‘두점 베어스’라 불린 불명예를 확실히 걷어낼 것으로 기대된다.

정진구 스포츠동아 기자 jingooj@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