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코로만형 84㎏급 김정섭 8년만에 첫 정상

  • 입력 2006년 12월 12일 03시 00분


코멘트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84kg급 결승에서 김정섭이 우승을 확정지은 직후 한국 노래가 나오자 태극기를 든 채 덩실덩실 춤을 추고 있다. 도하=강병기  기자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84kg급 결승에서 김정섭이 우승을 확정지은 직후 한국 노래가 나오자 태극기를 든 채 덩실덩실 춤을 추고 있다. 도하=강병기 기자
“그동안 계∼속 헹님한테 치이 가지고 이때까지 왔는데(웃음), 오늘만큼은 제 위주로 기사를 써 주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더.”

김정섭(31·삼성생명)은 11일 카타르 도하 어스파이어홀에서 열린 2006 도하 아시아경기 레슬링 남자 그레코로만형 84kg급 결승에서 야히타 아부타비크(요르단)를 2-0으로 꺾고 우승했다. 아시아경기 3차례 도전 끝에 따낸 금메달이었다.

그는 1998년 방콕에서 동메달,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에서 은메달을 땄다. 형 인섭(33·삼성생명 코치·사진)은 방콕과 부산에서 모두 금메달을 땄고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무대 위 스포트라이트는 항상 형의 몫이었고 동생은 늘 비운의 조연으로 잠시 스쳐갔을 뿐이었다.

8년 만의 주연. 김정섭은 신파극보다는 명랑 드라마의 주인공을 원했다. 태극기를 휘날리며 경기장을 돌다 때마침 스피커에서 대회조직위원회에서 한국선수가 우승할 때 틀어주는 ‘어기여차’ 뱃노래가 흘러나오자 두 발을 번갈아 좌우로 뻗으며 춤을 췄다.

“한국 노래가 나오더라고요. 원래 그럴 땐 탈춤 추잖아요.”

탈춤이라기보다는 코믹 댄스에 가까웠지만 덕분에 경기장엔 한바탕 폭소가 터졌다.

지난해 10월에 결혼한 김정섭은 내년 2월 출산을 앞둔 아내에게 그동안 제대로 챙겨주지 못한 것을 미안해했다. 그리고 고마움도 함께 전했다.

“집사람이 오늘 제가 입은 속옷에 공을 많이 들였어요. 그걸 입어서 경기가 잘 풀린 것 같네요.”

그동안 늘 주인공으로 등장했던 형 김인섭 코치는 이날만큼은 조연이 되어 경기장 밖에서 동생의 우승 장면을 지켜봤다.

“(정섭이가) 아시아경기에서 우승했으니 이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내가 이루지 못했던 금메달을 따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도하=이승건 기자 wh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