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증 앓는 이지은 女자유형 400m 銅

  • 입력 2006년 12월 6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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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카타르 도하 하마드 어콰틱센터에서 열린 여자 자유형 400m 결선.

동메달을 따낸 이지은(17·전남제일고·사진)은 공동취재 구역에서 수영모를 벗지 않았다. 시상식 때도 마찬가지. 하얀 바탕에 태극마크가 뚜렷한 수영모를 그대로 쓰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7세 때 원형탈모증을 앓은 이지은은 초등학교 6학년 때 온몸의 털이 빠져 병원에 갔더니 전신탈모증으로 발전했다는 판정을 받았다. 이러니 항상 모자를 쓸 수밖에 없었다.

이지은은 초등학교 3학년 때 수영을 시작했다. 교내에서 수영 클럽 모집 광고를 보고 왠지 마음이 끌렸는데 막상 물 속에 들어가니 타고난 ‘물개’였다. 기량은 하루가 다르게 늘었고 4학년 때는 소년체전 전남 대표로 뽑혔다.

하지만 6학년 때 전신탈모증 판정을 받으면서 운동을 포기할까 고민했다. 머리카락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으니 밖에 나가는 것 자체가 싫었기 때문이었다.

흔들리는 이지은을 잡은 것은 엄마의 한마디였다.

“수영장에서는 모자를 쓸 수 있으니까 오히려 수영을 계속하는 게 낫지 않겠니?”

용기를 얻은 이지은은 더욱 열심히 수영에 전념했고 초등학교 마지막 소년체전에선 자유형 50m와 100m에서 우승하며 2관왕에 올랐다.

중학교 때 사춘기가 찾아오자 다시 위기를 맞았지만 물 속에서만큼은 누구보다 빠르다는 자신감으로 탈모증에 대한 부끄러움을 이겨냈다.

이지은은 마침내 2004년 10월 태극마크를 달았고 지난해 11월 마카오 동아시아경기대회 여자 자유형 400m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전신탈모증은 약을 먹으면 나아질 수 있지만 도핑테스트에 걸릴까 봐 전혀 입에 대지 못했다는 이지은. 그는 “더 열심히 해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말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도하=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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