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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8월 30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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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발의 축포가 늦여름 광주의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전광판엔 200승 축하 메시지가 아로새겨졌다.
“송진우 선수의 200승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자리에서 일어선 관중은 장내 아나운서의 메시지를 크게 따라 외쳤다. “송진우… 송진우… 송진우….”
동료 선수들은 빨간색 모자를 벗고 ‘200’이 새겨진 흰 모자를 썼다. 한화의 ‘늘 푸른 회장님’ 송진우가 불혹의 나이에 29일 광주에서 KIA를 상대로 개인통산 200승의 대기록을 달성했다.
한국 프로야구 사상 아무도 밟지 못한 길이기에 더 힘들었고, 어렵게 밟은 봉우리이기에 더 빛났다.
지난달 30일 두산전에서 199승을 기록한 뒤 4전5기 끝에 거둔 값진 1승. 그동안 3차례 패전의 멍에를 썼고 한 차례는 승패 없이 물러났다. 200승의 제물은 10일 맞대결해 1회 강판의 수모를 안겼던 KIA.
경기는 당시와는 정반대의 양상으로 흘렀다. 1회 탐색전을 마친 한화 타선은 2회 백재호의 2타점 적시타를 시작으로 김태균의 3타점 싹쓸이 2루타까지 11명의 타자가 무려 7점을 뽑아냈다.
한화는 모처럼 폭발한 타선 덕분에 KIA를 10-1로 꺾었다. 송진우는 이날 만 40세 6개월13일의 나이로 승리를 거둬 박철순(당시 OB)의 최고령 승리투수기록(40세 5개월 23일)도 함께 갈아 치웠다.
김인식 한화 감독은 “23년 전 동국대 감독으로 있을 때 송진우를 스카우트하기 위해 충북 증평까지 찾아갔던 생각이 난다. 그런 송진우가 200승을 달성하다니 정말 장하다”고 축하를 건넸다.
한편 현대는 수원구장에서 열린 선두 삼성과의 경기에서 5-5 동점이던 9회말 터진 강병식의 끝내기 홈런으로 6-5로 승리했다. SK-LG(문학), 두산-롯데(잠실)의 경기는 비로 취소됐다.
광주=이승건 기자 why@donga.com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송진우 일문일답
“고스톱 치듯이 야구 즐겨 내년까지 열심히 뛰겠다”
“199승 달성 뒤 쉽게 될 줄 알았는데 타자들에게 많이 맞았다. 동료들도 많이 도와주려 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못 이긴 날은 감독님 얼굴 뵙기도 죄송했는데 이제 홀가분하다. 구단과 프런트도 준비를 많이 해 상당한 부담이 됐다.”
―오늘 광주에 왔을 때 느낌은….
“요즘 투수들이 잘하다보니 3점 이상 내주면 어려울 것 같았다. 다행히 팀 타선이 2회에만 7점을 뽑아줘 이기겠다고 생각했다.”
―다음 목표가 있다면….
“2000탈삼진도 눈앞에 있지만 무엇보다 3000이닝(현재 2801이닝) 투구를 돌파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예전에는 30세를 넘으면 고참이고 은퇴할 때가 됐다는 얘기를 많이 했지만 요즘은 다르다. 금전적인 부분도 많이 생각하게 되면서 몸 관리를 잘해 선수 수명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나는 즐긴다는 생각으로 야구를 한다. 오락이나 고스톱을 즐기듯 재미있게 야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야구는 천직이고 흥미 있다는 생각을 하면 연습하는 것도 즐겁지 않겠나.”
―언제부터 그런 생각을 했나.
“1999년에 한화가 우승을 하면서 느꼈다. 그때 이미 한물갔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 이후로 즐기는 야구를 생각하게 됐다.”
―얼마나 더 오래 선수 생활을 할 것 같은가.
“작년에 구단과 2년 계약을 했다. 솔직히 체력적으로 부담을 느낄 때가 됐다. 내년까지 열심히 뛴 다음에 감독님 등과 상의해야 할 것 같다.”
―아내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음식점을 하는 아내(정해은·37)가 그동안 너무 고생했다. 200승 달성에 여러 번 실패하다보니 아내가 모든 일에 불안을 느끼는 것 같았다. 너무 감사하다. 솔직히 오늘 경기를 생중계 안 하는 바람에 아내가 경기를 보지 못했다. 또, 어제 통화에서 ‘아빠 힘내세요’라고 말해 준 아들에게도 고맙다.”
광주=이승건 기자 why@donga.com

를 클릭하시면 크게볼 수 있습니다.)순위 이름 소속 활동기간 승수 비고 ① 송진우 한화 18년 200 현역 ② 이강철 기아 16년 152 은퇴 ③ 선동렬 해태 11년 146 은퇴 ④ 정민철 한화 13년 142 현역 ⑤ 조계현 두산 13년 126 은퇴 ⑤ 김용수 L G 16년 126 은퇴 ⑦ 김시진 롯데 10년 124 은퇴 ⑦ 정민태 현대 13년 124 현역 ⑨ 김상진 S K 13년 122 은퇴 ⑩ 한용덕 한화 17년 120 은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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