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打양준혁 대타홈런 사연은… 이혜천 등판에 선발제외 굴욕

  • 입력 2006년 8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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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지 다 나와라. 이혜천만 빼고.’

1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삼성의 경기에 앞서 전광판에 떠오른 양 팀 라인업에 삼성의 왼손 타자 양준혁(37)의 이름이 빠져 있었다.

전날까지 타율 0.308에 10홈런을 기록 중이던 양준혁이기에 의문이 생길 만했다. ‘방망이를 거꾸로 잡고도 3할은 친다’는 양준혁이 아니던가. 이유는 다름 아닌 이날 두산의 선발로 예고된 왼손 투수 이혜천(27) 때문이었다.

왼손 타자가 왼손 투수에게 약한 것은 일반적인 현상. 그러나 양준혁이 이혜천에 대해 느끼는 공포는 상상 이상이다.

양준혁은 “혜천이는 내 앞 타자까지 줄곧 한가운데 공만 던지다가도 나만 타석에 들어서면 갑자기 다른 투수가 된다. 나에게는 치기 어려운 공만 뿌려 대는데 좀처럼 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 선발 라인업에서 빠진 것도 자의반 타의반이라는 것.

실제로 올해 양준혁은 이혜천과 7번 상대해 단 한번도 안타를 치지 못했다. 작년까지 합하면 10타수 1안타(타율 0.100)가 고작이다. 그래서 4월 16일 이혜천의 선발 경기 때는 양준혁이 먼저 코칭스태프에 라인업에서 빠질 것을 요청한 적도 있다.

양준혁은 “내가 못 치는 것은 괜찮다. 그런데 혜천이가 나를 상대한 뒤에는 갑자기 좋은 투수가 되면 팀 타선 전체가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고 했다.

양준혁의 살신성인(?)에도 불구하고 이혜천은 삼성 타선을 상대로 7이닝 1실점으로 호투한 뒤 7회를 끝으로 마운드를 내려갔다.

이혜천이 내려가자마자 양준혁이 등장했다. 2-2 동점이던 8회 1사 1, 3루에서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대타로 나선 양준혁은 두산의 마무리 투수 정재훈의 2구째 몸쪽 높은 직구를 잡아당겨 오른쪽 폴을 맞히는 역전 3점 홈런을 터뜨렸다. 삼성은 9회 공격에서도 4점을 추가해 두산을 9-2로 대파했다. 7회 등판한 채형직은 2004년 데뷔 후 첫 승을 거뒀다.

한화는 대전 경기에서 역전에 재역전을 거듭한 끝에 LG를 5-4로 눌렀고 SK는 현대에 5-2로 역전승했다. 사직에서 열릴 예정이던 롯데-KIA의 경기는 비로 순연됐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팀순위(18일)
순위승률승차
삼성573230.640-
현대504210.5438.5
한화484120.5399.0
KIA444330.50612.0
SK 465010.47914.5
두산414620.47115.0
LG385440.41320.5
롯데345020.405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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