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는 단풍?… 늙은 수탉 지단 은퇴 앞두고 마지막 불꽃

  • 입력 2006년 6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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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원의 사령관’ 복귀는 화려했다.

28일 독일 하노버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06 독일 월드컵 프랑스와 스페인의 16강전.

●스페인전 어시스트에 쐐기골… 역전승 이끌어

경기 종료 1분 전 프랑스의 지네딘 지단은 스페인 왼쪽 진영에서 공을 받아 단독 질주를 시작했다. 스페인의 수비수가 태클을 걸었지만 슬쩍 피한 채 방향을 틀어 강하게 차 넣었다. 3-1로 승리를 굳히는 쐐기골이었다.

프랑스가 이번 대회 우승 후보 중 하나이자 지난 22개월간 A매치에서 한 번도 패하지 않았던(17승 8무) ‘무적함대’ 스페인을 격파하는 순간이었다. 프랑스 축구의 상징인 수탉 인형을 머리에 뒤집어쓰고 있던 관중은 수탉의 날개를 파닥거리며 멈추지 않는 환호성을 보냈다.

경기가 끝난 뒤 최고참인 노장 골키퍼 파비앵 바르테즈의 어깨를 감싸 안고 나오며 지단은 모처럼 활짝 웃었다. 지단은 “조별리그에서는 좋은 경기를 보여주지 못했지만 우리가 정말 무언가를 해낼 수 있는 팀이라는 걸 보여 주고 싶었다. 우리 팀은 더 좋은 모습을 보여 줄 수 있는 선수들이 모여 있다”고 말했다.

조별리그에서 경고 누적으로 토고전에 불참했던 지단은 이날 또다시 경고를 받았다. 그만큼 몸을 사리지 않고 뛰었다. 이미 대표팀 은퇴 선언을 했다가 국가의 부름을 받고 은퇴를 번복하면서까지 복귀한 지단은 이번 대회에서 ‘한물갔다’는 비아냥거림까지 들었다.

그러나 이날 그는 후반 38분 정교한 프리킥으로 파트리크 비에라의 역전 헤딩슛을 이끌어 내는 등 맹활약했다.

●호나우두 vs 지단 8강 충돌… 누가 고개 숙일까

프랑스는 전반 27분 스페인에 페널티킥을 내줘 0-1로 끌려갔으나 전반 41분 프랑크 리베리가 동점골을 넣었고 후반에 비에라와 지단의 골로 역전승했다.

프랑스는 7월 2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리는 8강전에서 ‘역대 최강’이라는 브라질과 양보할 수 없는 4강 진출을 다투게 됐다. 지단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 결승에서 브라질과 만나 혼자 두 골을 넣으며 팀의 3-0 승리를 이끈 바 있다. 반면 브라질에는 이번 대회에서 득점 기록을 세우고 있는 호나우두가 건재하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국가대표팀에서 진짜 은퇴하는 지단은 “프랑스와 브라질은 서로를 잘 알고 있다. 또다시 만나서 기쁘다. 1998년 우승 당시와 똑같이 준비할 것이다.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지켜보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 진가를 다시 보여 주고 있는 2명의 ‘슈퍼스타’ 지단과 호나우두. 둘 중 누가 고개를 숙이고 쓸쓸히 그라운드를 떠날까.

하노버=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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