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울린 ‘엄홍길의 약속’…박무택씨 시신 수습

  • 입력 2005년 5월 30일 03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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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문턱을 함께 넘나들며 등반했던 동지의 시신을 수습하니 숙제를 해결한 기분이다. 이제 홀가분한 마음으로 히말라야를 등반할 수 있을 것 같다.”

세계적인 산악인 엄홍길(45·트렉스타 이사) 등반대장이 이끄는 ‘2005 한국 초모랑마(에베레스트의 티베트 명칭) 휴먼원정대’가 지난해 에베레스트에서 숨진 박무택(당시 35세) 씨의 시신을 29일 수습하는 데 성공했다.

박 씨는 지난해 5월 계명대 에베레스트 원정대 등반대장으로 후배 장민(당시 26세) 씨와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한 뒤 하산 길에 해발 8750m의 가파른 절벽인 서드스텝 인근에서 숨을 거뒀다. 장 씨도 이들을 구조하러 올라온 동료 백준호(당시 37세) 씨와 하산하다 해발 8450m 지점에서 함께 목숨을 잃었다.

원정대와의 위성전화 통화에 따르면 셰르파 9명이 29일 오전 10시 해발 8750m 지점에서 박 씨의 시신을 발견해 수습하는 데 성공했다. 중간 퍼스트스텝(해발 8500m)에서 장 씨와 백 씨의 시신 수색작업을 하느라 뒤늦게 도착한 엄 대장은 심한 눈보라로 원정대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세컨드스텝(해발 8600m) 위에 돌무덤을 만들어 박 씨의 시신을 안치했다.

당초 계획은 티베트 자롱북 사원에서 티베트 불교의식으로 화장을 한 뒤 유해를 가족에게 인도할 예정이었다.

엄 대장은 “두 대원(장 씨와 백 씨)을 찾지 못해 여전히 마음이 무겁다”고 아쉬워했다.

산악인 시신 수습은 1999년 영국 BBC가 주축이 된 원정대가 1924년 에베레스트 정상 인근에서 실종된 조지 말로리의 시신을 찾아 돌무덤을 만들어 준 것이 유명하다.

전 창 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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