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마라톤]본보 고승철 부국장의 완주기

  • 입력 2005년 3월 13일 19시 57분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 스타트라인에 서니 청년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 2만여 명의 ‘달림이’들이 벌이는 화려한 축제가 시작됐다.

불현듯 25년 전 3월이 생각났다. 1980년 제51회 동아마라톤에 참가한 필자의 모습이 떠오른 것이다. 20대 청년 시절 ‘질주 욕구’ 때문에 감히 풀코스를 뛰겠다는 만용을 부렸던 것. 그때는 젊음의 절정이 지나면 다시는 그런 기회가 올 수 없을 것으로 여겼다.

당시만 해도 마스터스 참가자라는 개념이 없었다. 풀코스라면 당연히 엘리트 선수만 뛰는 것으로 인식됐다. 전문 선수와 몇몇 마스터스를 합쳐 200여 명이 참가한 것으로 기억된다. 서울 도봉구 창동 네거리에서 의정부를 왕복하는 코스였는데 30km 지점에서 회송차에 실리는 ‘수모’를 당했다. 당시엔 2시간 40분대에 뛰지 못하면 회송차 신세를 져야했다.

세월이 흘러 달리기 붐이 일었다. 그래도 마라톤은 남의 일로만 보였다. 그러다 동아마라톤에 다시 참가하고 싶다는 열망이 타올라 작년 여름부터 몸만들기에 나섰다.

서울 시내 대로를 두 다리로 달리는 쾌감이란…. 종로-어린이대공원-잠실대교-올림픽공원 등을 두루 거치는 환상적인 코스였다. 서울시민과 자원봉사자들의 뜨거운 응원을 받으면 어찌 힘이 솟지 않으랴.

잠실운동장에 골인하니 25년 만에 완주하는 꿈을 이룬지라 가슴이 뭉클했다. 3시간 44분 36초의 기록도 만족스러웠다.

달리기 동호회에서 열정적으로 지도해준 방선희(1997동아국제마라톤 여성 우승자) 감독, 김영은(전국대학육상선수권 우승자) 코치, 권은주(한국 여성 마라톤 최고기록 보유자) 코치에게 감사드린다.

‘질주 본능’이 남아 있는 한 앞으로도 아름다운 서울 거리를 달리고 싶다.

고승철 chee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