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손기정옹 영결식, 대전국립묘지에 안장

  • 입력 2002년 11월 17일 18시 29분


17일 오후 대전 국립묘지에서 육군의장대원들이 손옹의 유해를 운구하고 있다. - 대전=변영욱기자
17일 오후 대전 국립묘지에서 육군의장대원들이 손옹의 유해를 운구하고 있다. - 대전=변영욱기자
별세한 ‘마라톤 영웅’ 손기정옹의 유해가 17일 대전국립묘지 에 안장됐다.

이날 오전 9시 삼성서울병원에서 대한올림픽위원회(KOC)장으로 열린 영결식에는 각계 인사들이 참석해 마지막 길을 떠나는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이윤재(李潤宰)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은 고인의 약력 소개를 통해 “1932년 제2회 동아마라톤에서 신의주 대표로 참가해 2위를 차지한 뒤 이듬해 제3회 대회 우승으로 조선의 제1 마라토너가 되었으며 이를 발판으로 1936년 베를린올림픽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이것은 곧 동아일보 일장기 말소 사건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또 이연택(李衍澤) KOC위원장은 조사에서 “오늘 새벽 하얀 눈이 내리다가 이제 선생님이 우리 곁을 떠나시는 즈음에 굵은 비로 변한 것은 하늘도 선생님이 가시는 길을 아쉬워 하는 것”이라며 “오로지 민족에 대한 뜨거운 사랑과 한국 체육 발전을 위해 달려오신 선생님의 숭고한 뜻은 영원히 남아 있을 것”이라고 추모했다.

우인 대표 민관식(閔寬植) 대한체육회 명예회장은 “66년 막 개장한 태릉선수촌에 첫 번째로 마라톤팀을 이끌고 들어와 후배들과 밤낮으로 훈련을 거듭하던 형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고인을 회고했고 상주 손정인(孫正寅)씨는 “아버님은 구십평생 온몸으로 정의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집념을 보여 주셨고 우리들에게 늘 올바르게 살라고 가르치셨다”며 목이 메었다.

운구 행렬은 외손자인 이준승씨가 영정을 앞세운 가운데 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인 황영조씨가 체육훈장 청룡장을 들었고 전기영(유도), 김영호(펜싱), 오교문(양궁), 박시헌(복싱), 안재형(탁구), 차영철(사격), 김경훈(태권도), 박장순(레슬링) 등 역대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이 운구를 맡았다.

운구 행렬은 올림픽공원 국기광장과 중구 만리동 ‘손기정 기념공원(고인의 모교인 양정고의 옛터)’에서 두 차례 노제를 치른 뒤 고인이 영면할 대전국립묘지로 향했다.

김화성기자 mar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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