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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6월 19일 01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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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탈리아의 16강전이 열린 대전월드컵경기장 밖에는 ‘내친 김에 우승까지’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며칠 전만 해도 막연한 기대감의 표현에 지나지 않았겠지만 어느새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면 무리한 욕심일까. 대한축구협회 정몽준 회장은 한국이 포르투갈을 꺾은 뒤 내외신 기자들 앞에서 “결승전에서 다시 만나자”고 호기롭게 말했다. 정회장의 예상은 적중될 수 있을 것인가.
태극 전사의 욱일승천하는 기세를 보면 마치 ‘공은 둥글다’라는 평범한 진리 속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듯 보인다. 한국이 8강전에서 맞붙게 된 스페인은 이미 제압했던 포르투갈과 이탈리아보다는 한 수 아래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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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파워는 포르투갈에 못 미치며 수비는 ‘빗장’이라는 표현이 붙은 이탈리아에는 어림없다. ‘유럽의 남미’라는 스페인은 라울과 모리엔테스 등의 뛰어난 개인기가 장점이지만 승부근성과 집중력이 떨어지는 약점을 지녔다. 16일 아일랜드와의 16강전에서 첫 골을 넣고도 자만심에 조직력이 흔들리며 승부차기까지 간 대목이 좋은 사례다. 히딩크 감독은 이 경기를 꼼꼼하게 지켜보며 일찌감치 전력 탐색을 마쳤다. 포르투갈전 때처럼 홍명보 이영표 김남일 송종국 등 강인한 수비진을 앞세워 경기 초반부터 세차게 압박을 가한다면 제풀에 지쳐 넘어질 공산이 크다.
스페인마저 넘어뜨린다면 4강 무대다. 준결승에 진출할 경우 독일-미국의 준준결승 승자와 맞붙는다. 올 3월 평가전에서 미국에 4-1 완승을 거둔 적이 있는 ‘전차군단’ 독일이 준결승에 진출할 확률이 높지만 한국은 개의치 않겠다는 기세다.
독일은 약체 사우디에 8-0의 대승을 거뒀을 뿐 다른 경기에서는 공수에 걸쳐 삐걱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파라과이와의 16강전에서도 졸전 끝에 1-0으로 간신히 이겼다. 조별리그에서 한차례 싸워본 미국은 힘을 바탕으로 한 두꺼운 미드필드가 장점이나 이미 경험해 본 터. 미국전에서 노출된 골 결정력 부족만 보완한다면 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스페인 독일 미국의 주전들은 유럽리그를 갓 마친 뒤 월드컵에 출전해 경기를 거듭할수록 체력 문제를 드러내고 있는 상황. 힘이 달리다보니 그만큼 다칠 위험이 높아졌고 실제로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어 스피드와 체력만큼은 누구에게도 빠지지 않는 한국에는 또 다른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유상철은 “누구와 싸우더라도 이길 자신이 넘친다”고 말했으며 안정환은 “홈 관중의 열성적인 응원은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고 밝혔다. 자신감과 국민의 열성적인 성원이야말로 한국 대표팀을 이끄는 보이지 않는 전력이다.
준결승마저 통과하면 남아 있는 경기는 단 하나. 바로 결승이다.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뛰지 않는가.
대전〓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