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강서 끝” 말 잃은 日열도

  • 입력 2002년 6월 19일 01시 32분


‘쓰러진 일본의 중원 지휘자 나카타.’미야기로이터뉴시스
‘쓰러진 일본의 중원 지휘자 나카타.’미야기로이터뉴시스
“닛폰, 패했습니다. 일본의 싸움은 16강에서 끝났습니다.”

하루종일 내린 장마철의 우울한 비처럼 진한 슬픔이 일본 열도를 뒤덮었다. 18일 일본팀이 터키에 0-1로 패배하자 일본인들은 말을 잊었다.

이날 경기가 끝난 뒤 미야기(宮城)경기장에 모인 응원단은 일본팀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지만 아쉬움을 숨길 수는 없었다.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눈에 띄었다.

아나운서는 “그들의 눈에서 나온 것이 비인지 눈물인지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해설자인 오카다 다케시(岡田武史) 전 대표팀 감독은 “기술 전술 체력 면에서 전혀 뒤지지 않았고, 후반전에 압도적으로 공격을 하고도 졌다는 것이 너무 억울하다”고 말했다.

18일 월드컵 표정 | 터키 vs 일본 경기 화보 | 터키 vs 일본 가상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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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노 신지(小野伸二) 선수도 “졌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이겨서 더 오랫동안 게임을 하고 싶었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며 “그러나 조별리그를 통과하고 당당하게 경기를 할 수 있었던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선수들은 대부분 “앞으로 더 높은 곳을 향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필리프 트루시에 감독은 “일단 이것으로 일본 축구의 모험은 끝난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이번에 보여준 힘을 바탕으로 2006년 월드컵에서 더 좋은 성적을 얻을 것으로 본다”며 “4년간 일본팀 감독을 맡았던 것을 정말로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선수와 스태프에 고맙다는 말과 ‘브라보’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시합을 중계했던 아나운서와 해설자도 “일본은 이번 월드컵을 통해 자신감을 갖게 됐고 정말로 훌륭하게 경기를 해왔다”며 위로했다. 언론들도 “비록 터키에는 졌지만 개최국으로서의 목표였던 결승토너먼트에 진출했고 조별리그 1위에 오르는 등 훌륭하게 진격을 해왔다”고 평가했다.

경기가 시작되기 직전인 이날 오후 3시경부터 일본 열도는 직장이나 집 등에서 TV를 보느라 사람과 차량의 통행이 뚝 끊겨 한산했다. 일본이 패하자 조별리그에서 승리했을 때처럼 거리로 뛰쳐나와 ‘닛폰, 닛폰’을 외쳐대거나 번화가에 서포터스가 모이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반대로 이날 도쿄시내에 있는 ‘터키 식당’ 등에는 터키인들이 수십명씩 모여 앉아 열렬한 성원을 보냈고 승리가 결정되자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열광했다.아나운서와 해설자들은 “일본은 졌지만 공동개최국인 한국이 8강 진출을 놓고 이탈리아와 경기를 한다”며 “마지막 남은 아시아팀인 한국이 선전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일본팀이 진 뒤 거리 인터뷰에서 일본인들은 “한국이 일본을 대신해서 잘 싸워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도쿄〓심규선특파원 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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