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벽 수비 송종국] 피구의 ‘황금발’ 90분내내 꽁꽁

  • 입력 2002년 6월 15일 01시 49분


송종국(23·부산 아이콘스)이 세계적인 플레이메이커 루이스 피구(30·스페인 레알 마드리드)를 압도했다. 송종국 대 피구의 맞대결? 당초부터 말이 안 되는 조합이었다.

국내 프로축구 3년차인 송종국이 프랑스의 지네딘 지단과 함께 세계 최고의 미드필더로 꼽히는 피구와 감히 상대가 될 거라고 생각이나 했을까.

그러나 결과는 예상을 완전히 뒤집었다. 송종국은 피구의 발을 꽁꽁 묶어 놓았고 피구는 아예 경기를 포기할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연봉 9500만원의 송종국이 몸값이 700억원대에 달하는 귀하신 몸 피구를 제압하며 세계적인 수비수로 떠올랐다.

송종국은 ‘히딩크 사단의 황태자’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히딩크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그가 추구하는 ‘토털 축구’를 완전히 습득해 그라운드에서 구현한 샛별.

송종국은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평소에 뛰던 왼쪽 미드필더와 포백 수비로 전환할 때 서던 왼쪽 윙백도 아닌 수비진의 전 포지션을 돌아다니며 피구를 괴롭혔다.

송종국은 피구에게 패스가 오면 한 발 먼저 나가 볼을 끊었고, 볼을 잡으면 돌아설 틈을 주지 않았다. 피구는 스피드를 이용해 돌파를 시도했지만 어느새 앞을 가로막는 송종국에게 막혔다. 전반 초반 볼을 달라고 손짓하던 피구는 송종국이 찰거머리처럼 달라붙자 중반부터는 송종국을 피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옮기는 비상수단을 세우기에 바빴다.

경기 후반에 들어서자 피구는 피곤한 표정으로 아예 자리에 서서 움직이지를 않았다.

‘뇌관’ 피구가 작동하지 않자 막강 화력을 자랑하던 포르투갈은 90분 동안 끝내 골을 터뜨리지 못했다. 송종국의 완벽한 승리였다.

인천〓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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