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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6월 5일 01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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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몸이 땀에 젖어 그라운드를 누비는 선수들 못지않게 벤치에서 선수를 지휘하는 감독의 심장도 터질 듯이 고동친다. 한국대표팀이 월드컵 도전 48년 만의 첫 승 염원을 담고 뛰던 4일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
거스 히딩크 한국대표팀 감독도 전후반 90분 동안 벤치에서 선수들 못지 않게 환호하고 소리지르며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전반 초반. 폴란드의 정확한 롱패스가 잇따라 에마누엘 올리사데베에게 투입되며 한국 문전을 위협하자 히딩크 감독은 불만스러운 듯 더 이상 앉아 있지 못하고 벤치 기둥에 비스듬히 기대어 섰다. 전반 10분경 상대가 중앙에서 치고 올라오자 순간적으로 한국 미드필더들이 공간을 내줬고 히딩크 감독은 테크니컬 존에 뛰쳐나가 강하게 압박하라고 손짓했다. 자주 소리를 지르며 불만스럽던
히딩크 감독의 얼굴이 펴진 것은 전반 26분. 이을용의 패스를 황선홍이 왼발 논스톱 슛으로 상대 골네트를 흔들자 히딩크 감독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힘있게 뻗친 뒤 앞뒤로 흔들며 ‘예스, 예스’를 외치며 마치 자신이 골을 넣은 듯 화려한 골 세리머니를 펼쳤다. 히딩크 감독은 흥분한 나머지 선수들과 뒤엉켜 테크니컬 존을 벗어났고 대기심의 주의를 받은 뒤에야 벤치에 앉았다.
이후부터 히딩크 감독은 더욱 바빠졌다. 갑자기 자리를 박차고 나가기도 했고 36분경에는 아예 윗옷을 그라운드에 벗어 던지고 작전지시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반을 마치고 라커룸으로 들어가던 히딩크 감독은 전반 결과에 만족한 듯 고개를 연방 끄덕였다.
후반 7분. 아크 정면에서 유상철의 슛이 골문을 향하자 히딩크 감독은 무언가를 직감한 듯 벤치를 뛰쳐나왔다. 유상철의 강슛이 골키퍼의 손을 맞고 대포알처럼 뚫고 들어가자 히딩크 감독은 다시 두 주먹을 불끈 쥔 뒤 박항서 코치와 하이파이브를 했다. 이때부터 히딩크 감독은 다소 여유를 보였고 터치라인을 벗어나는 상대의 볼을 직접 손으로 주워주는 친절을 베풀기도 했다. 하지만 경기가 계속 진행되자 긴장한 히딩크 감독은 테크니컬 존을 쉴새없이 서성거렸고 자기도 모르게 발 밑의 음료 병을 건드려 대기심 쪽으로 굴러가게 하기도 했다. 33분. 토마시 하이토가 설기현에게 강한 백태클을 감행하자 히딩크 감독은 얼굴이 상기돼 주심에게 어필을 하면서 테크니컬 존을 벗어나 또다시 주의를 받았다. 44분 히딩크 감독은 설기현과 차두리를 교체했고 들어오는 설기현에게 악수를 청했다.
이윽고 경기 종료의 휘슬. 히딩크 감독은 오른손을 힘껏 휘저었고 선수들에 둘러싸여 손을 치켜들어 서로 마주쳤다.
부산〓특별취재팀 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