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맺혀있던 무언가 뻥뚫린 기분”

  • 입력 2002년 6월 5일 01시 32분


‘우리 모두의 승리였다.’

한국 축구의 묵은 체증을 후련하게 풀어낸 그들의 표정은 의외로 담담해 보였다. 어차피 ‘이길 경기였다’는 생각에서였을까. 아니면 오랜 기다림 끝에 마침내 꿈을 이뤄 허탈감이라도 몰려들었을까.

경기가 끝난 뒤 차례차례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의 인터뷰장에 들어서는 한국 선수들은 차분하게 감격스러운 승부의 순간을 되돌아보았다.

98프랑스월드컵 벨기에전에 이어 두 대회 연속골을 터뜨린 유상철은 “가슴에 맺혀 있던 무언가가 뻥하고 뚫린 듯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심한 태클로 왼쪽 무릎을 다쳐 테이핑을 한 채 라커룸을 빠져나온 그는 “예전 월드컵과는 달랐고 보통 A매치하는 기분으로 편하게 뛰었다”며 “부상 정도는 아직 모르겠지만 미국전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있으므로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의욕을 보였다.

월드컵에 4회 연속 출전한 홍명보는 “경기에 나가지 않은 선수들이 많은 도움을 줬다”고 주장다운 면모를 보였고 “이기는 순간 98년 프랑스월드컵 때 네덜란드에 0-5로 졌을 때가 떠올랐다”며 감회어린 모습이었다.

골키퍼로, 말 그대로 골문을 굳게 지킨 이운재도 내외신 기자들의 취재 공세에 시달려야 했다. 경기가 끝난 뒤 직접 라커룸을 찾아온 폴란드 대통령과 악수를 했다는 이운재는 “모든 선수들이 잘했으며 여러 차례 위기가 있었지만 잘 넘겼다”고 기뻐했다.

황선홍은 “골을 넣은 것보다 선수들이 한몸이 돼 월드컵에서 첫 승리를 거두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부산〓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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