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62세 외교관 42.196km 달렸다

  • 입력 2000년 11월 6일 19시 25분


“육순의 외교관이 마라톤 풀코스(42.195㎞)를 완주하는 노익장을 과시했다.”

허리훈(許利勳·62·사진)뉴욕 총영사가 5일 미국 뉴욕 마라톤 풀코스에 처음으로 출전, 전 구간을 완주해 화제가 되고 있다.

허총영사는 이날 3만5000여명의 건각들과 함께 뉴욕의 베라자노 다리를 출발해 퀸스와 브롱크스를 거쳐 맨해튼 센트럴파크의 골인 지점까지를 별 어려움 없이 주파했다. 출발 총성이 울릴 때부터 골인지점에 도착할 때까지의 시간은 4시간25분이었지만 수만명이 출발점을 통과하는 데 걸린 시간을 감안하면 실제 기록은 4시간10분대. 허총영사가 60대의 나이로 마라톤 전 구간에 처음 도전한 것을 감안하면 기록을 떠나 완주 자체가 큰 의미를 지닌 셈이다.

“70년대부터 꾸준히 조깅을 해 왔기 때문에 완주는 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오래 달리다 보니 발바닥과 허리가 아파 오더군요. 힘들 때는 잠시 쉬며 아픈 곳을 주무른 뒤 계속 달렸습니다.”

허총영사는 이번 대회 출전을 위해 올 초부터 뉴욕의 로드 러너스클럽이 주관하는 마라톤 훈련 프로그램에 참여해 단축마라톤에 몇 차례 참가하는 등 체계적인 훈련을 받아왔다. 최근에는 이틀에 한번씩 짬을 내 10㎞씩을 내달리며 지구력을 길렀다.

그가 이번에 마라톤에 도전한 것은 건강관리와 함께 한인청소년모국방문사업추진위원회(KAYAC)를 후원하기 위한 것. 뉴욕 지역의 교민들은 허총영사가 1마일(약 1.6㎞)을 달릴 때마다 5∼100달러씩을 교포 1.5세와 2세들의 고국방문지원 경비로 기증키로 했다. 허총영사는 “현재 8만5000달러(약 9350만원)가 모금됐으며 지원 약속이 이어지고 있어 모두 10만달러 정도는 모금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마라톤 완주를 통해 큰 성취감을 느꼈다는 그는 마라톤 예찬론을 잊지 않았다. “달리기만큼 경제적인 운동은 없습니다. 언제든 시간만 내면 될 뿐 돈이 안 들지요. 게다가 성인병을 예방할 수도 있으니 얼마나 좋습니까.”

허총영사는 이번에 다른 출전자들과는 달리 가슴에 태극기를 달고 달렸다. 외교관으로서 늘 나라를 대표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제가 마라톤을 완주한 것처럼 고국에서도 모두들 힘을 내 당면한 어려움을 극복했으면 좋겠습니다.”그는 “달리는 것이 즐겁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달릴 것”이라며 “임기를 마치고 귀국하면 동아마라톤에도 출전할 예정”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번 대회에는 유엔 대표부의 서대원(徐大源·51)차석 대사도 출전해 지난해에 이어 완주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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