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내친구]변리사 김세원씨, "야구가 좋아요"

  • 입력 2000년 6월 13일 19시 17분


“종범아 나도 야구한다.”

11일 서울대 체육관앞 야구장. ‘딱’하는 방망이 소리와 함께 “나이스 배팅”이란 목소리가 울려퍼지는가 싶더니 곧이어 “나이스 캐치”란 함성으로 뒤바뀌었다. “스리아웃, 공수교대!”

편을 나눠 게임에 열중하고 있는 야구동호인 무리 속에 김세원씨(31·한양국제특허법률사무소 수습변리사)가 끼어 있었다. 좌익수에 3번타자. 타석에 들어선 김씨는 흡사 거포 이승엽이 홈런을 노리듯 투수를 노려봤다. 그리고 ‘딱’. 중견수앞 안타….

김씨는 휴일만 되면 야구로 하루를 보낸다. 오전 8시 확 트인 운동장에서 동호인들과 어울려 훈련과 게임에 열중하다보면 어느새 저녁. 1주만에 만난 친구들과 막걸리를 딱 한잔 마시고 귀가하면 8시. 또다른 한주를 보낼 수 있는 에너지를 이날 모두 충전한다. 그에게 야구는 생활의 활력소인 셈이다.

그가 야구와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21년전 광주 대성초등학교 4학년때. 당시에는 단순한 놀이가 아닌 선수로 글러브와 배트를 만졌다. 한해 후배로 서림초등학교에 다녔던 이종범(30·일본 주니치 드래건스)과 같이 야구를 했다. 하지만 사이드암 투수였던 그는 진흥중 1학년때 팔꿈치 부상으로 야구를 그만두고 공부를 해 서울공대생(전기공학과)이 됐고, 이종범은 한국 최고의 스타플레이어가 됐다.

학창시절에 그만둔 야구. 미련이 많이 남았지만 진학공부와 취업에 열중하다보니 다시 접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 그저 TV나 라디오를 통해 중계방송을 지켜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프로야구 중계는 거의 다 본다. 지난해 박찬호가 출전한 경기를 하나도 빼놓지 않았다.

야구와의 ‘재회’는 변리사 시험준비를 하던 98년 4월 이뤄졌다. 당시 신림동 고시촌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고시생들이 주축이 된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야사회)’에서 회원을 모집하는 공고를 보고 가입하게 된 것.

고시원과 도서관에만 틀어박혀 공부에만 매달리고 있던 그에게 야구는 하나의 ‘해방구’였다. 1주일동안 책과 씨름하며 쌓였던 스트레스를 야구공을 통해 날려 버릴 수 있었다. 그래서 일요일이면 하루도 빼놓지 않고 운동장으로 뛰어갔다. 야구를 다시 만나면서 96년부터 시작해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시험공부에도 활기가 넘쳐흘렀다. 지난해 11월 변리사 시험에 최종 합격할 수 있었던 것도 ‘어려울 때 힘이 되어준’ 야구 덕분이었다고.

YASAS-고시준비생 주축 야구사랑 모임

97년 10월 신림동 고시촌. 당시 교직원임용고시를 준비하던 나인석씨(31·분당중 체육교사)를 주축으로 한 고시준비생 10여명이 모여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야사회)’을 만들었다. 좋아하는 스포츠를 통해 어려움을 극복해보자는 것이 목적. 99년초 ‘YASAS(야구를 사랑하는 사람들)’로 팀명를 바꿨고 회원은 29명. 이중 23명이 고시공부를 하고 있고 나머지는 학생과 회사원. YASAS를 거쳐간 회원중 박강균씨(연수원)와 이영풍씨(서울고법) 등이 고시에 합격, 법조인의 길을 걷고 있다.

공부와 사회생활로 바쁘기 때문에 일요일 하루만 모여 운동을 한다. 훈련을 하기도 하고 서울대 야구동아리, 컴퓨터 통신팀, 직장인 야구팀 등과 연습게임을 펼치기도 한다.

홈페이지(yasas.inticity.com)도 운영하고 있으며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회원으로 모집하고 있다.

<양종구기자>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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