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골 넣는 골키퍼' 이용발 성공신화

  • 입력 2000년 5월 15일 18시 51분


‘골넣는 골키퍼’ 이용발(27·부천 SK)의 ‘성공 신화’가 화제다.

이용발은 2000프로축구 삼성디지털 K리그 수원 삼성과의 개막전에서 페널티지역 앞에 떨어지는 정확한 롱킥으로 첫 골을 어시스트한 뒤 페널티킥 찬스에서는 직접 키커로 나서 득점을 올렸다.

골키퍼의 어시스트는 89년 조병득에 이어, 득점은 98년 김병지 이후 각각 통산 두 번째. 어찌 보면 두 가지 ‘복’이 한꺼번에 굴러 들어온 행운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그의 지난 세월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부산 금정초등학교 3년 때부터 축구를 시작한 이용발은 동아대를 졸업할 때까지도 철저히 무명이었다. 게다가 94년 부천에서 첫 프로 생활을 시작한 뒤에도 주목의 대상이 전혀 아니었다. 결국 주전으로 한번도 뛰어 보지 못한 채 96년 11월 현역으로 입대했고 신병 훈련 뒤 배치받은 곳이 강원 화천의 모 사단. 훈련 조교로 축구와 완전히 담을 쌓고 지내기를 몇 개월. 어느날 부대에서 축구팀을 구성한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이용발은 골키퍼 전력을 숨긴 채 스트라이커를 자원했다. 다행히 꾸준한 킥 연습으로 보통 이상의 축구 실력을 쌓았던 이용발은 이후 부대내에서 ‘날리는 스트라이커’로 유명세를 쌓으며 군 생활을 마칠 수 있었다.

행운은 제대 후에도 이어졌다. 프로연맹이 국내 골키퍼 육성 차원에서 99년부터 외국인 선수 출장을 금지하는 결정을 내렸기 때문. 당시 팀내 주전 골키퍼는 러시아 출신 샤샤. 프로 입문 7년만에 ‘멍석이 깔린 셈’이다. 하지만 과욕이 앞선 탓인지 지난해 정규리그 27경기에서 39실점(경기당 1.44골)하며 다소 기대에 못 미쳤다.

올들어 대한화재컵에 와서야 비로소 10경기에서 12골(경기당 1.2골)만을 허용하며 꿈의 0점대 실점률에 바짝 다가섰다. 또 최근 들어 빛을 발하고 있는 전문 키커 이상의 정확한 킥실력이나 상대 스트라이커와 맞서도 흔들리지 않은 위치 선정과 과감함은 군시절 공격수로서 뛴 경험이 큰 뒷받침이 됐음은 물론이다.

이용발은 “골키퍼로서는 0점대 실점률을 지키고 키커로서는 5골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김상호기자>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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