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허재-신기성-제런콥 "'3인방' 삼삼하네"

  • 입력 1999년 12월 9일 19시 48분


“삼보엑써스가 가장 두렵다.”

프로농구 각팀 감독들이 드러내놓고 하는 말이다. 왜 삼보가 두려울까.

평균 98.1점을 올리는 공격력 1위 팀이어서 일까.

그런 것만은 아니다. 삼보가 빈틈이 많아 쉽게 이길 수 있을 것 같은데도 막상 경기를 해보면 ‘기(氣)’에 눌려 끌려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

5일 삼보―LG세이커스전이 그 좋은 예. 용병센터 레지 타운젠드가 부상으로 빠진 삼보는 이날 LG에 쉽게 질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결과는 반대.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최종승리는 95―90으로 삼보의 승리.

삼보 ‘기’의 근원은 어디일까. 바로 ‘농구 9단’허재(1m88)의 존재다.

상대팀 감독들은 “허재가 펄펄 날면 이길 도리가 없다”며 한숨을 쉰다. 2년 연속 팀을 정상에 올려놓은 현대 신선우 감독도 허재하면 혀를 내두른다. 그렇다고 삼보의 ‘기’가 허재에게서 모두 나오는 것은 아니다.

지난시즌 신인왕 신기성(1m80)의 ‘변신’에서도 기인한다. 신기성은 드리블과 돌파력이 좋은 정상급 가드. 하지만 고려대시절부터 포인트가드로서는 시야가 좁은 것이 가장 큰 단점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허재와 함께 더블 포인트가드를 보면서 혼자서 볼배급을 책임져야하는 부담에서 벗어났다.

지난해는 신기성이 프로에 첫 데뷔해 허재와 손발을 맞추지 못했으나 올해는 기아시절 강동희와의 호흡을 능가할 정도로 매끄러운 콤비플레이를 이뤄내고 있다.

여기에 신세기빅스에서 이적한 제런 콥(1m93)이 가세, 이들 ‘3인방’이 팀 가로채기(107개)의 75%인 80개를 만들어내며 ‘빠르고 전투적인’ 공격을 주도하고 있다.

허재(24개)제런 콥(28개)신기성(28개) 모두 가로채기 10걸에 들어있다. 삼보는 이들의 가로채기에 이은 속공으로 쉽게 점수를 벌어나간다. 콥이 평균득점 24.8로 팀내 1위, 허재와 신기성이 각각 21.7점 13.4점.

장신센터가 쉽게 득점하는 것이 일반화된 농구에서 이들 ‘단신’들의 속공은 시원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전창기자〉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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