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여왕」 박세리 누가 울렸나…고열-근육통등 입원

  • 입력 1998년 11월 2일 06시 53분


무리한 고국방문 일정이 ‘골프여왕’박세리(21·아스트라)를 쓰러뜨렸다.

박세리는 지난달 31일 98한국여자프로골프선수권대회 2라운드를 끝낸 직후 체온이 39도까지 오르는 고열을 동반한 인후염과 근육통으로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했다. 이에 따라 참가중인 대회 최종 3라운드는 포기했고 2일로 예정됐던 출국 일자도 연기했다. 올 US여자오픈에서 ‘92홀 사투’를 벌이고도 끄떡없었던 그가 쓰러진 가장 큰 원인은 누적된 피로를 풀 시간도 없이 ‘외압’에 떼밀려 국내대회에 출전했기 때문.

당초 박세리의 귀국 예정일은 미국LPGA투어 일정이 끝나는 12월 중순. 하지만 모신문사가 박세리를 자사주최 국내 골프대회에 출전시키기 위해 박세리와 소속사인 삼성물산측에 압력을 행사해 방문일정을 앞당겼다.

박세리는 27일 새벽 서울도착 이후 하루 3,4시간밖에 자지 못한 채 각종 환영행사에 참석하는 등 강행군을 계속했다. 그러다 한국여자프로골프선수권대회 1,2라운드에서 쌀쌀한 날씨속에 연속 비를 맞은 박세리는 끝내 병원침대 신세를 지게 된 것.

29일 일방적으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후원회 행사에 박세리가 불참하자 감내하기 힘든 비난이 쏟아졌고 이에 박세리는 신경이 극도로 날카로워지기도 했다.

‘밝히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고 하지만 삼성물산측도 이번 일에 책임을 면하기는 어렵다.

삼성물산은 이번에 ‘박세리 탈진’의 원인을 제공했던 모신문사가 7월 추진했던 첫번째 국내대회 출전요구는 뿌리쳤다. 하지만 결국 이를 번복해 선수관리에 허점을 드러냈다.

삼성물산측은 일단 2일로 예정된 청와대 오찬에는 박세리를 참석시킬 예정이지만 이 또한 무리수라는 지적이다.

6일 개막하는 98저팬클래식에 출전할 예정인 박세리.

그때 또다시 불상사가 일어난다면 박세리는 헤어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를 수밖에 없다. 선수 스스로 자신의 컨디션을 조절하며 경기에만 몰두할 수 있는 ‘소박한 자유’가 박세리에게는 주어질 수 없는 것일까.

〈안영식기자〉ysa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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