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는 한일전답게 시종 격렬했으며 국회 관계자들과 시민 등 1천여명의 관중까지 몰려 뜨거운 열기를 보였다. 양국 의원들은 모처럼 정치를 잊었고 한국팀이 승리하자 관중석에서는 “정치도 축구처럼 하라”는 즐거운 야유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전반 25분은 한국팀의 페이스였다. 8분경 국민회의 장영달(張永達)의원의 코너킥을 같은 당 정균환(鄭均桓)사무총장이 머리로 깨끗하게 밀어넣어 선취골을 올렸다. 그림같은 슛이었다. 한국팀은 곧이어 터진 장의원의 중거리슛 추가골과 대한축구협회장인 무소속 정몽준(鄭夢準)의원이 내리 2골을 넣는 맹활약에 힘입어 전반을 4대0으로 앞서나갔다.
후반 들어 일본의 추격은 매서웠다. 68년 멕시코 올림픽 축구 동메달의 주역인 왕년의 스타플레이어 가마모토 구니시게(釜本邦茂·54)의원이 한국선수의 핸들링반칙으로 얻은 페널티킥과 30m가 넘는 중거리슛을 성공시키면서 순식간에 3골을 만회했다. 그러나 일본팀은 전세를 뒤집지는 못했다. 골키퍼로 나선 국민회의 정동채(鄭東采)의원의 선방이 빛났기 때문.
〈윤영찬기자〉yyc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