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날짜는 10일. 그러나 출발 총성은 이미 울렸다.
일본 투수들은 나를 속속들이 꿰뚫고 있을 것이다. 나도 그동안 호시노 감독(주니치 드래건스)이 보내준 비디오테이프로 그들을 꼼꼼히 파악하긴 했지만….
나의 약점은 몸쪽 낮게 깔리는 공. 일본투수들은 이 점을 집중공략할 것이다. 그러나 문제없다. 몇몇 투수만 빼면 때려내기가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다.
요주의 투수들을 한번 적어보자. 사사키 가즈히로(30·요코하마 베이스타스)는 조심해야 할 상대. 지난해 선동렬(35·주니치) 선배를 센트럴리그 구원부문 2위로 밀어낸 실력파가 아닌가.
1m89, 87㎏의 체격에서 뿜어져 나오는 1백55㎞의 강속구. 폭포처럼 떨어지는 1백45㎞의 포크볼은 일본 최고. 나는 포크볼에 약하다. 끝까지 공을 봐야지.
‘무결점 투수’라고 불리는 이시이 가즈히사(25·야쿠르트 스왈로스).스피드와 코너워크가 모두 완벽하다는 뜻이겠지.
직구의 스피드는 1백50㎞. 슬로커브는 1백10㎞쯤 되는 것 같다. 완급조절에 휘말려 타격밸런스가 흐트러지면 큰일이다. 이시이는 어깨부상으로 재기가 어렵다고 했는데….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선 것은 그만큼 승부욕이 강하기 때문이리라.
오노 유카타(43·히로시마 카프)와는 심리전이다. 그 나이에 작년시즌 방어율 2.85로 센트럴리그 1위를 했다면 ‘능구렁이’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1백40㎞의 직구라면 문제없다. 변화구가 현란하다고 해도 나도 커브엔 자신있지 않은가.
팀훈련을 2월1일 시작하니까 일본에 도착해도 20일 가량 여유가 있다. 러닝으로 충분히 몸을 만든 뒤 팀훈련에 들어가야겠다. 한국프로야구 최고 야수의 자존심이 있지 않은가.
선동렬 선배와 함께할 개인훈련도 중요하다. 비디오테이프로 일본투수들을 대충 보기는 했지만 직접 듣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될 테니까. 선동렬 선배는 마운드에서, 나는 타석에서 일본 열도를 휘어잡아야지.
〈김호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