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U대회]쇼트트랙 금메달을 향한 『역전의 순간』

  • 입력 1997년 2월 1일 21시 17분


[전주〓특별취재반] 아무도 믿을 수 없었다. 선두를 달리던 전이경이 마지막 바퀴 2코너에서 나뒹굴었고 금메달은 당연히 넘어진 전이경을 뒤로한 채 치고 나간 중국의 에이스 양양의 몫으로 여겼었다. 쇼트트랙 세계최강을 자처해온 한국이 중국의 거센 돌풍에 또다시 무너지고 있는 순간 3천여 관중들은 일제히 탄식을 토해내고 있었다. 믿어지지 않는 기적이 일어난 것은 바로 이때였다. 3위를 달리던 김소희가 눈부신 막판 스퍼트로 양양을 뒤쫓기 시작한 것. 그러나 마지막 코너로 접어들기전 선두 양양과의 거리는 약 3m. 따라잡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거리였다. 이순간 김소희는 마지막 불꽃과도 같은 혼신의 질주로 양양을 바짝 따라붙었다. 『한걸음만 더…』 애원에 가까운 절규가 링크에 소용돌이쳤다. 아웃코스를 선호하는 김소희의 레이스습관을 알고 있던 양양은 마지막 코너를 빠져나면서 바깥쪽을 가로막았다. 진로를 막기만 하면 금메달은 확정. 하지만 김소희는 돌연 인코스로 내달으며 마지막 승부를 걸었고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왼발을 쭉 내뻗었다. 그리고는 링크 바닥에 나뒹굴었다. 관중석은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했고 3분여의 침묵이 흘렀다. 마침내 장내 아나운서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러분 기뻐해 주십시오…』. 경기장은 환희의 도가니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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