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면 코막던 탄천, 1급수 생태쉼터로”

  • 동아일보

성남시, 퇴적물 7만㎥ 걷어내
수달-왜가리 돌아온 생태 명소로
황톳길-캠핑장 등 쉼터 대폭 확충
신상진 시장 “시민 일상 지킬 것”

경기 성남시 율동공원 일대 불법경작지로 방치돼 있던 2만6734m²(약 8100평) 규모의 땅을 96면의 공공 오토캠핑장으로 조성한 모습. 성남시 제공
경기 성남시 율동공원 일대 불법경작지로 방치돼 있던 2만6734m²(약 8100평) 규모의 땅을 96면의 공공 오토캠핑장으로 조성한 모습. 성남시 제공
“예전에는 비만 오면 악취가 올라오고 하천이 넘칠까 걱정돼 발길을 끊었죠. 이제는 날씨만 좋으면 무조건 나옵니다.”

11일 오후 경기 성남시 탄천 산책로에서 운동하던 박승철 씨(62)는 달라진 일상을 이렇게 전했다. 탄천 옆에는 돗자리를 펴고 앉은 가족과 자전거를 타는 시민, 반려견과 산책하는 이들이 눈에 띄었다. 주부 김연희 씨(44)는 “한때는 그냥 스쳐 지나가는 길이었지만, 지금은 시간을 내 머무는 공간이 됐다”고 말했다.

● 치수(治水)가 바꾼 도시 풍경

성남시가 방치됐던 도심 공간을 시민의 일상으로 되돌리며 도시 풍경을 바꾸고 있다. 변화의 중심에는 탄천이 있다. 용인시 기흥구에서 시작해 성남과 서울을 거쳐 한강으로 이어지는 총연장 33.2km 물길 가운데 15.7km가 성남 도심을 관통한다.

1990년대 탄천은 도시 팽창 과정에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기능이 크게 떨어졌다. 생활하수 유입과 난개발이 겹치며 수질은 5등급까지 악화했고, 장마철마다 쌓인 퇴적토는 물 흐름을 막아 범람 위험을 키웠다. 시민에게는 ‘가깝지만 머무르기 어려운 공간’으로 인식됐다.

성남시는 2023년부터 전 구간 준설과 정비에 착수했다. 2년간 7만㎥에 이르는 퇴적물을 걷어내며 물길을 정비했고, 그 결과 통수 능력이 회복됐다. 수질 역시 생화학적산소요구량(BOD)이 1L당 2mg 이하로 개선되며 1급수 수준을 회복했다. 성남시 관계자는 “집중 호우에도 안정적인 하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셈”이라고 했다.

환경이 개선되자 생태계도 반응했다. 도심 구간에서 수달의 흔적이 확인되고 금개구리와 왜가리 등이 다시 나타나면서 탄천은 생태 거점의 기능을 되찾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물놀이장과 파크골프장, 반려견 놀이터 등 시설을 조성하며 탄천은 단순한 통행 공간을 넘어 시민들이 머무는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신상진 성남시장은 “탄천을 위험 관리 대상이 아닌 시민 일상을 지키는 공간으로 전환하는 데 주력해 왔다”고 말했다.

● 방치된 땅, 캠핑장과 정원으로 재생

공원 정책과 유휴부지의 변화도 눈에 띈다. 시는 시민의 건강을 위해 수진공원 등 11곳(총연장 5.2km)에 ‘맨발 황톳길’을 조성했다. 중앙공원 등에는 온수 세족장과 실내형 시설을 도입해 미세먼지나 비바람 속에서도 사계절 이용이 가능하게 했다. 성남시 관계자는 “이용자 만족도는 85.7점에 달할 만큼 호응이 뜨겁다”고 했다.

방치됐던 유휴부지는 캠핑장으로 거듭났다. 분당 율동 일대 불법 경작지는 2만6734m²(약 8100평) 규모의 공공캠핑장으로 변신했다. 캠핑 사이트 96면을 갖춘 이곳은 임시 운영 예약에서 최고 경쟁률 270 대 1을 기록하며 명소로 떠올랐다.

30여년간 주민 갈등으로 멈춰 섰던 하수처리장 부지도 ‘성남물빛정원’으로 재생됐다. 내부에는 150석 규모의 뮤직홀, 카페, 휴게 공간이 들어섰고 야외에는 잔디마당과 음악 산책길, 옥상에는 ‘하늘마당’을 조성해 시민의 쉼터로 탈바꿈했다. 기능을 다한 산업 시설을 시민의 품으로 돌려주며 도시 이미지를 쇄신한 대표적 사례다. 신 시장은 “단순한 시설 정비를 넘어 도시 구조를 시민 중심으로 재편해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도시 곳곳의 유휴 공간을 시민의 일상으로 되돌려 걷고, 쉬고, 머무는 공간으로 계속 늘려 나가겠다”고 말했다.

#탄천#수질개선#생태계복원#시민일상#치수#도시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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