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밖 세상 몰랐던 잠비아 시골소년에 ‘내일’을 선물하다

  • 동아일보

[나눔, 다시 희망으로]
세계 아동의 성장-삶 변화가 목표… 공부 관심없던 소년 한국 방문 후
“비행사 되고 싶다” 새로운 꿈 생겨… “호프컵은 인생의 단단한 뿌리됐다”

마을 운동장(축구장)에서 연습중인 페이션스 카불라 아동. 기아대책 제공
마을 운동장(축구장)에서 연습중인 페이션스 카불라 아동. 기아대책 제공
잠비아의 페이션스 카불라는 여섯 형제 가운데 셋째로 태어나 작은 마을에서 자랐다. ‘호프컵’ 축구대회를 만나기 전까지 그의 세상은 그리 밝지 않았다. “제가 사는 곳 밖에 한국처럼 빛나는 세상이 있다는 걸 상상도 못했어요.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할 이유도, 내일을 기대해야 할 이유도 찾지 못했습니다.”

그는 자신감도 부족했다. 친구와 갈등이 생기면 쉽게 화를 냈고 누군가를 배려하거나 용서하는 방법도 몰랐다. 무엇보다 스스로를 믿지 못했다. 그는 늘 ‘나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생각 속에 고개를 숙이고 다니던 아이였다.

페이션스가 사는 치쿰비는 콩고민주공화국(DR콩고) 국경에 위치한 작은 마을로 지붕이 온전치 않은 흙집에서 지내고 마실 물을 얻기 위해 두 시간을 걸어야 한다. 학교에 가기 위해 또 두 시간을 더 걸어야 하는 것이 아이들의 일상이다. 마을 밖을 한 번도 벗어나 보지 못한 아이들에게 한국행은 그야말로 기적 같은 경험이었다.

변화는 호프컵 훈련을 시작하면서부터 찾아왔다. 페이션스는 팀 훈련을 통해 패스와 수비 전술을 배우고 팀원들과 함께 경기를 만들어가는 경험을 하게 됐다. 그 과정에서 그는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우리가 함께할 때 더 큰 힘을 낼 수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에 참가하기 위한 준비 과정은 쉽지 않았다. 잠비아와 확연히 다른 한국의 날씨 때문에 힘들기도 했지만 호프컵 진행 중 시차 적응에 체력적으로도 힘든 시간이 이어졌다. 하지만 그는 코치의 가르침을 하나라도 더 배우기 위해 노력했다. 그 과정에서 조금씩 자존감이 생기고 자신을 믿는 마음이 자라기 시작했다.

페이션스에게 가장 큰 변화는 한국 방문 이후 찾아왔다. “한국에 도착했을 때의 충격을 잊을 수 없습니다. 눈부시게 발전한 모습을 보며 저도 저렇게 성장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넓은 세상을 처음 경험한 그는 새로운 꿈을 갖게 됐다. 바로 조종사다. 언젠가 자신이 직접 비행기를 조종해 다시 한국 하늘을 날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다. 이후 그의 일상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공부에 큰 관심이 없었지만 이제는 책상 앞에 앉는 시간이 즐거워졌다. 특히 영어 공부에 열심이다. 세계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영어가 꼭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희망친구 기아대책 잠비아 지부 임동선 지부장은 호프컵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곳 아이들은 마을 밖 세상을 한 번도 보지 못한 아이들이 많습니다. 아이들은 늘 밝지만 현실 속에서 내일에 대한 기대를 갖기 어렵습니다. 우리는 호프컵을 통해 아이들에게 ‘너희에게도 미래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잠비아 아이들에게 한국행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세상과 처음 만나는 경험이었고 임 지부장은 그들 중에서도 특히 페이션스의 변화를 인상 깊게 기억한다.

대회 참가 당시 그는 눈에 띄는 선수는 아니었지만 성실함만큼은 누구보다 뛰어났다. 수비수로 묵묵히 팀을 지켰고 한국 본선에서는 놀라운 활약을 펼치며 팀의 준결승 진출을 이끌었다. 그러나 진짜 변화는 대회가 끝난 뒤 시작됐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센터에 와서 스스로 공부를 하기 시작했고 영어 사전을 처음부터 읽어 내려가며 공부했다. 알파벳조차 서툴렀던 아이가 이제는 중학교 진학 시험을 통과해 당당한 중학생으로 성장했다.

임 지부장은 “누군가는 페이션스를 ‘느린 학습자’라고 불렀습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으면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직접 보여준 아이입니다. 그리고 호프컵은 아이들의 삶에 희망의 씨앗을 심는 여정입니다. 아이들이 현실의 벽 앞에서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인생을 향해 나아가도록 돕는 과정입니다”라고 말했다.

페이션스 역시 “호프컵은 제 인생의 가장 단단한 뿌리가 됐습니다. 저는 이제 더 이상 고개 숙인 소년이 아닙니다. 희망이라는 연료를 가득 채우고 세상을 향해 이륙할 준비가 된 예비 조종사입니다”라고 말한다. 지금도 그는 언젠가 자신이 조종하는 비행기를 타고 다시 한국 하늘을 날아오를 그날을 기대하며 매일 꿈을 꾼다.

이곳 아이들은 가진 것은 많지 않지만 서로 나누고 돕는 데 익숙하다. 그러나 많은 아이들이 내일에 대한 기대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기에 기아대책은 호프컵을 통해 ‘너희에게도 내일이 있고 꿈을 꿀 수 있다’는 사실을 전하고 있다.

호프컵은 단순한 축구 대회가 아니라 아이들이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며 스스로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도전의 여정이다. 축구를 통해 협력과 도전을 배우고 새로운 세상을 보며 ‘나도 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공동체에도 작은 변화의 희망을 만들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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