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에 맞선 파업 ‘합법’ 인정…해외투자·합병때 혼란 예고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2월 24일 11시 44분


노동부, 노란봉투법 해석지침 확정
투자·합병·매각 등 경영 결정에 따른
정리해고·배치전환 교섭 대상에 포함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해 7월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노조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 등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07.29 서울=뉴시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해 7월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노조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 등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07.29 서울=뉴시스
기업의 해외 현지 투자, 합병, 매각 등에 따른 근로자 정리해고에 대해 파업할 수 있게 하고, 교섭 대상이 되는 원청 사용자 범위를 넓게 인정하는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해석지침이 24일 확정됐다. 이날 수백 개의 하청 노조가 원청과 직접 교섭할 수 있는 길을 터 준 노란봉투법 시행령도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3월 10일 노란봉투법 시행을 2주 앞두고 현장에서는 벌써 “원청이 직접 교섭에 나서야 한다”며 하청 노조들이 개별 교섭을 요구하는 등 ‘쪼개기 교섭 요구’가 본격화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2월 행정예고했던 노란봉투법 해석지침을 이날 확정했다. 해석지침은 노란봉투법이 시행된 후 노사 교섭이나 분쟁이 있을 때 판단 기준으로 활용한다. 지침에 따르면 기존 대법원 판례에서 합법적인 파업으로 인정되지 않았던 회사 구조조정, 정리해고에 대한 파업도 노동쟁의 대상으로 인정된다. 기업의 투자, 합병, 분할, 매각, 양도 등 사업 경영상 결정은 단체교섭 대상이 아니지만 이에 따른 정리해고와 구조조정에 따른 배치전환은 교섭 대상이 된다.

정부는 확정 지침에서 노동쟁의 대상이 되는 근로자 ‘배치전환’이 일상적인 것이 아니라 ‘구조조정에 따른 배치전환’임을 적시해 현장 혼란을 예방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합병이나 매각 등이 필연적으로 구조조정이나 배치전환을 수반하게 돼 있어 사실상 파업을 열어준 모양새다. 또 대규모 구조조정 중인 석유화학 산업에 대한 체질 개선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해석지침에는 노동조합법 2조 2호의 ‘사용자성’을 보다 넓게 인정하는 내용도 담겼다. 원청 사용자가 하청 근로자의 근로시간이나 작업방식을 통제할 때 교섭 대상이 되는 ‘구조적 통제’ 범위를 완화한 것이다. 새 시행 지침은 구조적 통제에 대해 “파견에 비해 상대적으로 완화된 요건 하에서 인정될 수 있다”고 적시했다. 지난해 12월 시행 지침이 행정예고 될 당시 노동계가 “불법파견보다 엄격한 기준을 만들었다”고 반발하며 교섭 위축을 우려하자 이를 반영한 것이다.

시행 지침에는 그동안 논란이 된 내용도 그대로 유지됐다. 노동안전 분야도 사용자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아 사용자가 산업안전에 주의를 기울이면 오히려 교섭 대상으로 인정되는 것, 기간제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요구도 교섭 대상이 되는 것,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사용자성을 부정하는 내용 등이다.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유지하되 노동조합 간 이해관계가 다르면 개별 교섭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시행령도 이날 의결됐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사용자 범위 확대와 교섭 의제 보장이라는 개정 노조법의 핵심 취지는 이번 시행령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며 “정부 설명과 달리 시행령이 현장에서 사용자 책임을 좁히고 노동자의 교섭권을 제약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가능성을 우려한다”고 반발했다.

노동계는 공동 대응에 나서고 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과 양경수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위원장은 지난 10일 만나 원청교섭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민노총은 올해 원청교섭을 핵심과제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벌써 현장에서는 교섭 요구가 물밀듯이 밀려오고 있다. 민노총 금속노조 산하 하청 24곳은 원청에 교섭을 요구하고 나선 상태다. 또 한화오션 하청 노조도 원청에 교섭 요구를 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도 교섭 요구가 시작됐다. KB국민카드 비정규직(콜센터) 노조는 3월 10일 노란봉투법 시행에 맞춰 금융그룹 계열사 중 처음으로 원청과의 직접 교섭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원청 사용자#하청 노조#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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