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이나 시설 대신 집에서 의료·요양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통합돌봄’이 3월 말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전국 시군구의 절반은 여전히 준비가 안 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 구미시, 전북 부안군 등 일부 기초자치단체는 전담 인력 확보 등 최소한의 사업 기반조차 갖추지 못했다.
통합돌봄은 이재명 정부의 복지 분야 핵심 국정과제로 지방자치단체가 중심이 돼 재택의료, 장기요양 등을 종합 지원하는 것이다. 전면 시행 이후 사는 지역에 따라 노인, 장애인 등 취약계층의 돌봄 서비스 격차가 크게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통합돌봄, 113개 지자체 ‘준비 부족’
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 229개 시군구 가운데 통합돌봄 서비스 준비를 마친 곳은 116곳(50.7%)으로 조사됐다. 나머지 113곳은 준비가 부족한 상태다. 복지부는 2일 현재 전담 조직 및 인력 확보, 서비스 대상 발굴, 조례 제정 등 5개 지표로 준비 수준을 평가했다.
지역별로 준비 상황의 격차가 컸다. 광주와 대전은 100% 준비를 끝낸 반면 인천은 준비율이 52.0%에 그쳤다. 이어 경북(58.2%), 전북(61.4%), 강원(75.6%) 등이 뒤를 이었다. 경북은 22개 시군 중 의성군을 제외한 21곳이 준비가 미흡했다.
특히 전북 부안군과 순창군, 경북 구미시는 5개 지표에서 모두 준비가 안 된 것으로 조사됐다. 조례만 제정했을 뿐 전담 조직과 인력이 없고 사업 실적도 없는 지자체는 인천 동구와 연수구, 전북 임실군 등 5곳이었다. 38개 시군구는 서비스 대상자도 발굴하지 못했다.
지자체들은 의료 인력과 인프라 등이 부족해 통합돌봄 사업 준비가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전북 부안군 관계자는 “방문진료 등에 참여하려는 의료기관이 많지 않다”며 “3월 전까지 지역 내 자원을 더 끌어모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농어촌 지역의 의사 부족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 “지자체 늑장 준비, 부처 칸막이도 문제”
지자체의 의지 부족과 늑장 대응이 준비 부족으로 이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기 안양시와 광주시는 아직 통합돌봄 조례도 제정하지 않았고 경기 평택시와 의왕시, 김포시는 전담 조직조차 꾸리지 않았다. 전용호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사업에 적극적인 지자체는 일찌감치 관련 조직을 꾸리고 사업 모델을 만들어 지역주민의 요구를 파악했는데, 일부 지역에선 본사업 시행이 코앞인데도 소극적인 행정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소통이 부족한 데다 중앙부처 내에서도 ‘칸막이’에 막혀 다양한 의료·돌봄 서비스가 현장에서 효과적으로 시행되지 못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주열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통합돌봄이 잘 시행되려면 복지부 내 복지와 보건 파트가 같이 움직여야 하는데 협업이 원활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복지부 내에서도 방문진료와 간호, 말기 환자 호스피스 등 통합돌봄 기반이 부서별로 나눠져 있는 탓에 한정된 자원을 제대로 쓰지 못한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늦어도 다음 달까지는 모든 지자체가 전담 인력 확보 등 사업 기반을 마련하도록 독려할 방침이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통합돌봄은 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책임지는 새로운 돌봄 체계”라며 “지역 실정에 맞는 서비스가 이뤄지도록 지자체와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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