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홍성 ‘스마트 어르신 놀이터’, 디지털 배움터로 고령층 건강과 일상 회복

  • 동아일보

디지털 전환 시대, 기술 격차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고령층에게 키오스크 주문이나 모바일 예매는 일상적 장벽이 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은 ‘디지털 배움터’ 사업을 통해 전 국민 대상 오프라인 디지털 교육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디지털 배움터는 고령층, 장애인, 다문화 가정 등 디지털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집합 정보화 교육 프로그램이다. 최근 충청남도 홍성군에서 이 교육이 단순한 기술 습득을 넘어 한 사람의 건강과 일상을 회복시킨 사례가 알려지며 주목받고 있다.

교육과 체험이 공존하는 복합 공간, ‘스마트 어르신 놀이터’
홍성군에 있는 스마트 어르신 놀이터.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제공
홍성군에 있는 스마트 어르신 놀이터.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제공

충청남도 홍성군 노인종합복지관 내에 위치한 ‘스마트 어르신 놀이터’는 디지털 교육 기능을 넘어 어르신들의 여가와 커뮤니티 활동이 가능한 복합 공간으로 조성됐다. 1층에는 해피테이블 윷놀이게임, 스크린 볼링, 키오스크 체험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으며, 2층에는 스마트 PC와 스마트폰 정보화 교육장이 운영되고 있다.

이곳은 2024년 한 해에만 체험존 3500여 명, 스마트 교육 2700여 명이 이용하는 등 지역 어르신들의 디지털 거점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단순히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놀이와 체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디지털 기기에 친숙해질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뇌경색·위암 4기 딛고 일어선 전수동 씨 “세상과 다시 연결됐다”
올해 71세인 전수동 씨는 2019년 뇌경색과 위암 4기 판정을 받고 4차례 수술과 재활·항암치료를 받아온 투병 생활자였다. 도시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홍성으로 귀촌한 그는 노인종합복지관의 노인 일자리 프로그램을 통해 ‘스마트 어르신 놀이터’를 알게 됐다.

처음에는 단순히 일자리 때문에 방문했지만, 가상 체육 프로그램과 키오스크 체험을 경험하며 디지털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전 씨는 “말로만 듣던 메타버스를 직접 체험하면서 ‘아, 이런 세상도 있구나’ 싶을 정도로 신기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전수동 씨.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제공
전수동 씨.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제공

특히 가상 체육 프로그램은 재활 과정에 있던 그의 몸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전 씨는 “치료 후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쳐 있었고 세상과 단절된 느낌이 컸는데, 가상 체육을 하면서 조금씩 몸의 회복을 느꼈다”며 “점점 자신감도 붙어나가는 모습을 스스로 보면서 꾸준히 활동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기차표 예매부터 키오스크 주문까지, 이제는 혼자서도”
디지털 배움터를 만나기 전 전 씨의 스마트폰 활용 범위는 매우 제한적이었다. 서울 소재 병원에 정기적으로 진료를 다녀야 했지만, 기차표 예매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 식당에서 키오스크 주문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디지털 배움터에서 천천히 반복 학습하며 상황은 달라졌다. 전 씨는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직접 기차표를 예매하고, 가는 길에 식당에서 키오스크로 주문해 식사한다”며 “필요한 건 스스로 찾아서 할 수 있게 됐고 생활이 훨씬 편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무엇보다 자신감이 생긴 게 가장 큰 변화”라며 “예전보다 마음도 훨씬 밝아졌고, 삶의 질이 한층 더 여유롭고 편안해졌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긍정적 변화를 담은 감사 편지를 충청남도에 전달하기도 했다.

전수동 씨가 보낸 편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제공
전수동 씨가 보낸 편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제공


“망설이지 말고 한번 와보시라” 당부의 메시지
전 씨는 디지털 기술 활용에 어려움을 겪는 동년배들에게 디지털 배움터 참여를 적극 권유했다. “처음에는 디지털이 어렵다고 느끼지만, 막상 해 보면 별거 아니다”라며 “선생님들이 우리 눈높이에 맞춰 천천히 반복해서 알려주시니 걱정 안 하셔도 된다”고 말했다.

그는 “혼자가 아니라 함께 배우기 때문에 부담도 없고 용기도 생긴다”며 “망설이지 말고 한번 와보시면 분명히 ‘잘 왔다’고 하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나를 세상과 다시 연결하게 해준 디지털 배움터를 담당하는 과기부와 NIA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디지털 배움터는 단순한 기술 교육 공간을 넘어 취약계층의 일상을 변화시키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사회적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 전수동 씨의 사례는 디지털 포용이 개인의 건강과 자존감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다.

이 기사는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지원으로 NIA 국민정책기자단 최주호 기자가 취재·작성하였습니다.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