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환자 작년보다 14배 급증… “한반 26명중 7명 결석” 비상

  • 동아일보

“하루에만 전교 30명 넘게 확진”
어린이집-학교 중심 빠르게 퍼져
독감 의심 환자 1주새 31% 급증
전문가 “내달중 유행 정점 전망… 노인 등 지금이라도 예방접종을”

21일 서울 성북구의 한 어린이병원에서 어린이들이 체온을 재기 위해 보호자와 줄을 서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9~15일 외래환자 1000명당 독감 의심 환자는 66.3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6명의 14.4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21일 서울 성북구의 한 어린이병원에서 어린이들이 체온을 재기 위해 보호자와 줄을 서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9~15일 외래환자 1000명당 독감 의심 환자는 66.3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6명의 14.4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반 학생 26명 중 7명이 한꺼번에 독감 확진을 받아 동시에 결석한 날도 있습니다.”

경기 의정부시 초등학교 교사 박모 씨(25)는 “최근 학생들 사이 독감 유행이 예년보다 훨씬 심각하다”며 “하루 전교에서 30명 넘게 독감 진단을 받은 날도 있어 마스크를 쓰고 다니도록 권고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올해 인플루엔자(독감)가 학령기 아동 청소년을 중심으로 급격히 확산돼 최근 4주 연속 환자 수가 급증했다. 11월 2주 차 환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14배 수준으로 늘었다. 전문가들은 노인과 영유아, 기저질환자 등 합병증 위험이 높은 고위험군은 예방접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빠른 유행’에 환자 수 전년 대비 14.4배

21일 질병관리청 독감 환자 표본감시 결과에 따르면 올해 11월 2주 차 외래 환자 1000명당 독감 의심 환자는 66.3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주(50.7명)보다 약 30.8% 늘어난 규모로 작년 같은 기간 환자 수(4.6명)의 14.4배에 이르는 폭증세를 보이고 있다. 의원급 의료기관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검출률도 지난달 말 19%에서 11월 2주 차에 36.9%로 늘었다.

올해 독감이 국내에서 빠른 속도로 확산한 것은 일본, 대만 등 인근 국가에서 평년보다 빠르게 유행이 시작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일본에서는 올해 예년보다 빠른 10월 초 독감 유행이 시작돼 11월에는 휴교나 학급 폐쇄를 결정한 학교, 보육원이 3584곳에 이를 정도였다. 대만에서도 10월부터 독감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트윈 데믹’에 대비해 두 종류 백신을 동시 접종하기 시작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유행이 빨리 시작돼 국가예방접종을 미처 맞지 못하고 독감에 걸린 사람이 꽤 있다는 점이 예년 유행과 다른 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재갑 한림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이번에 유행하는 A형(H3N2) 독감 바이러스는 1968년 팬데믹을 일으키며 유행한 바이러스라 변이가 많은 점이 빠른 유행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12월을 독감 유행의 정점으로 예측하며 고연령층 독감 환자가 급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독감 입원 환자 수는 4주 연속 증가해 11월 2주 기준 490명으로 집계됐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12월 첫째 주부터 65세 이상 고위험군 감염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는데 그때는 중증도가 높은 입원 환자도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 “고령층 폐렴 등 합병증 우려, 지금이라도 백신 접종을”

질병청에 따르면 18일 기준 65세 이상 고령층의 독감 접종률은 75%, 13세 이하 어린이 접종률은 59.6%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소폭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보다 접종률이 낮지 않고, 이미 독감이 유행에 접어들었지만 전문가들은 고위험 미접종자들은 지금이라도 독감 백신을 접종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영유아, 고령자 등은 합병증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형민 질병청 감염병관리과장은 “가장 흔한 합병증은 중이염과 세균성 폐렴이며 심근염, 심낭염, 기흉 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며 “어르신, 어린이, 만성질환자 등은 합병증으로 입원하거나 사망하는 경우도 있어 백신 접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재훈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고연령층은 백신 접종을 일찍 했다면 중증도를 낮추기 위해 한 번 더 접종하는 것을 권유한다”고 말했다.

질병청은 손 씻기, 환기와 같은 호흡기 감염병 예방수칙도 강조했다. 고위험군은 밀폐된 시설을 이용할 경우 마스크를 착용하고, 실내 행사 참여를 당분간 자제하는 것이 안전하다. 만약 독감을 진단받았다면 열이 내린 뒤 감염력이 사라질 때까지 등교, 출근 등을 하지 않고 휴식하는 것도 권장된다. 집에서 휴식을 취하는 동안 병원 방문 등의 꼭 필요한 경우 외에는 외출을 삼가야 한다.

독감 및 코로나19 예방접종은 주소지와 관계없이 가까운 위탁의료기관 및 보건소에서 받을 수 있다. 예방접종도우미 홈페이지에서 가까운 위탁의료기관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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