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이주열 대학혁신지원사업 총괄협의회장(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은 “융합형 인재 양성에 기존 학과중심 구조로는 한계가 있다”며 “유연한 학사제도로 융합형 인재를 기르는 등 대학의 자율 혁신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대학이 미래 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길러내려면, 무엇보다 대학부터 혁신해야 합니다.”
이주열 대학혁신지원사업 총괄협의회장(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사진)이 시대에 맞는 대학 가치와 역할 모색을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다.
대학혁신지원사업은 교육부가 2019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정책이다. 대학이 자체적으로 정한 혁신 과제를 통해 기본 역량을 강화하고, 지속 가능한 고등교육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3년 주기로 운영돼 올해부터 3주기 사업이 진행 중이다. 교육부는 대학별 혁신 성과에 따라 예산을 차등 지원한다. 현재 국립대를 제외한 4년제 일반대학 138곳이 참여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이 회장을 만나 성공적인 대학 혁신 사례와 향후 과제에 대해 들어봤다.
―‘대학 혁신’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나
“대학 혁신은 대학이 단순히 사회 환경 변화에 적응하는 것을 넘어서 대학이 새로운 가치와 역할을 모색해 가는 과정이다. 각 대학 여건과 특성에 따라서 혁신 내용은 다를 수 있지만, 혁신은 기본적으로 모든 대학에 필수적이다. 각 대학이 스스로 세운 중장기 계획을 토대로 대학이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을 돕는 것이 대학혁신지원사업이다.”
―그동안 대학혁신지원사업은 어떻게 진행됐나.
“1주기(2019~2021년)에는 대학 143곳을 대상으로 대학 기본 역량 강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급격한 환경 변화 속에서도 교육의 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이 이뤄졌다. 2주기(2022~2024년)에는 117곳이 참여했다. 실질적인 재정 집행 자율성을 높이고 학생 전공 선택권 확대와 교육과정 혁신을 중점적으로 지원했다. 기존 정부 정책과 달리 대학이 스스로 혁신 방향을 설계함으로써 ‘자율 혁신’을 유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혁신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대학에 더 많은 예산을 배분하는 구조다.”
―성공적인 혁신을 이룬 대학 사례를 소개한다면.
“대표적으로 성균관대는 유연 학기제 ‘6-Module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일부 과목을 8주 단위로 수업을 구성해서 전통적인 1, 2학기 틀을 벗어나 1년을 총 6개 모듈로 나눠 수업한다. 이 제도로 온오프라인 하이브리드 수업과 집중 수업 등 다양한 형태 강의가 가능해졌다. 세종대는 ‘전주기 관리형 전공 탐색 및 진로 설계’ 프로그램을 구축하고 있다. 학생들이 진로를 탐색하고 설계할 수 있도록 교수와 전문가가 체계적으로 상담하고 졸업 후 멘토링 등도 제공한다.”
―올해부터 시작된 3주기 사업의 핵심 목표는.
“유연한 학사제도 정착이다. 융합형 인재를 기르려면 기존 학과 중심 구조로는 한계가 있다. 학생들이 입학 후에 흥미와 적성에 따라 진로를 탐색하고 전공을 선택하는 ‘전공자율선택제’가 자리 잡아야 한다. 전공자율선택제 하에서는 꿈을 이루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모르는 학생부터 다양한 분야를 공부하면서 융합 역량을 키우고 싶은 학생까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학생이 직접 융복합 학문 분야 교육과정을 설계해 이수하는 ‘자기 설계 전공’, 특정 분야에서 요구하는 역량을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배우는 ‘마이크로 디그리’ 등 각 대학에서 운영하는 유연한 학사제도가 더 확산돼야 한다.”
―대학혁신지원사업은 ‘라이즈(RISE·지역혁신 중심 대학지원)’ , ‘서울대 10개 만들기’ 등 정부의 다른 정책과는 무엇이 다른가.
“라이즈와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수도권 중심으로 쏠린 교육 불균형 해소에 중점을 둔다. 라이즈는 지방자치단체가 중앙 정부에서 대학 재정과 행정 지원 권한을 이양받아 지역 인재를 양성하고 지역을 발전시키기 위해서 추진하는 사업이다. 대학혁신지원사업은 라이즈가 추구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대학 역량을 키워준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거점 국립대를 대상으로 하지만, 대학혁신지원사업 대상은 국립대를 제외한 4년제 일반대학이다.”
―대학 혁신을 위해 앞으로 더 강화되어야 하는 것이 있다면.
“기초 학문 교육 강화도 중요하다. 전공 수업이 아닌 교양 수업을 통해서라도 학생들이 기초 학문을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인공지능(AI) 시대에 맞게 데이터를 다룰 수 있는 디지털 역량 교육도 필요하다. 이런 변화에는 상당한 비용이 든다. 오랜 등록금 동결로 재정적으로 어려운 대학이 많다. 대학혁신지원사업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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