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 보도에 따르면 영국의 소비자 보호 단체 위치(Which?)가 발표한 최신 조사 결과, 영국에서 판매되는 인기 티백 브랜드 상당수가 ‘플라스틱 프리’라고 홍보하지만 실제로는 미세 플라스틱을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대상 28개 브랜드 가운데 플라스틱이 완전히 제거된 제품은 단 4개 브랜드에 불과했다. 그 외 대부분의 티백에서는 석유 기반 또는 식물 유래 플라스틱 성분이 확인됐다.
과거 티백은 가장자리를 봉합하기 위해 폴리프로필렌(polypropylene)이라는 석유 기반 플라스틱을 사용했다. 최근 많은 브랜드들이 이를 대체해 폴리젖산(PLA, polylactic acid)이라는 식물성 바이오플라스틱을 도입했지만, PLA 역시 플라스틱의 일종으로 특정 조건에서만 분해된다.
위치는 “PLA를 사용하는 브랜드가 스스로를 ‘플라스틱 프리’라고 지칭하는 것은 소비자 오해를 불러일으킨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PLA는 뜨거운 물에 노출될 때 미세 입자로 더 잘 분해돼 체내 흡수 가능성이 높아지고 독성도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조사 결과, PG 팁스(PG Tips), 테틀리(Tetley), 타이푸(Typhoo), 요크셔 티(Yorkshire Tea) 등 영국의 대표적인 인기 브랜드 대부분에서 플라스틱 성분이 확인됐다.
심지어 티피그스(Teapigs), 브루 컴퍼니(Brew Co), 굿 어스(Good Earth) 등 프리미엄 브랜드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또한 테스코(Tesco), 세인즈버리(Sainsbury’s), 막스앤스펜서(M&S) 등 대형 슈퍼마켓의 자체 브랜드 티백에서도 모두 PLA가 검출됐다고 위치는 전했다.
반면, 드래곤플라이(Dragonfly), 트와이닝스(Twinings), 햄스테드(Hampstead), 푸카(Pukka)의 일부 제품은 진정한 플라스틱 프리로 확인됐다. 다만 이들 중에서도 일부 제품은 PLA가 포함돼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바르셀로나 자치대학교 연구진은 폴리프로필렌 재질의 티백 하나를 뜨거운 물에 우리면, 차 1밀리리터(㎖)당 약 12억 개의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방출된다고 밝혔다.
이들 입자는 평균 크기가 136.7나노미터에 불과해 소장 점액세포에 흡수되거나 일부는 세포 핵까지 침투할 수 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미세 플라스틱의 장기적인 인체 영향이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기존 연구에서는 미세플라스틱이 산화 스트레스, 염증 반응, 장내 미생물 균형 붕괴를 일으킬 수 있다고 보고됐다.
특히 PLA를 섭취한 동물 실험에서는 장 손상, DNA 손상, 간 대사 장애 등의 부작용이 확인됐다.
일부 브랜드는 PLA 사용을 인정하면서도 “식물 기반이며 생분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차 브랜드인 클리퍼(Clipper)의 대변인은 “PLA는 기술적으로 플라스틱이지만, 식물성 원료를 사용하고 있어 친환경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PLA가 분해되려면 산업용 퇴비화 시설이 필요하며, 가정 환경이나 차를 우리는 조건에서는 분해되지 않는다”며 “소비자들이 ‘친환경’으로 착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위치는 소비자들에게 “가능하다면 티백 대신 잎차를 사용하거나, ‘플라스틱 프리’ 인증을 명확히 받은 브랜드를 선택하라”고 권고했다.
전문가들은 또한 “차를 우리는 뜨거운 물 환경이 미세플라스틱 분해를 촉진할 수 있으므로, 티백 재질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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