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가서 통장 팔면 큰돈” 유인뒤
비번 알아두고 보이스피싱 입금 빼돌려
이후 중국인 조직원들이 고문해 숨져
지난11일 캄보디아 AKP통신에 따르면 전날 캄보디아 깜폿지방검찰청이 살인과 사기 혐의로 A씨 등 30에서 40대 중국인 3명을 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8월 깜폿주 보꼬산 인근에서 20대 한국인 대학생 B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AKP통신 홈페이지 캡쳐)
경북 예천 출신 대학생이 캄보디아에서 납치·살해된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주요 피의자의 단독 범행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피해자 박모 씨(22)를 현지로 유인한 대학 선배 홍모 씨(27)가 애초부터 ‘통장 누르기’(대포통장에서 돈을 몰래 인출하는 수법)를 계획하고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경북경찰청은 홍 씨를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지난달 중순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 홍 씨는 “캄보디아에 가서 통장을 팔면 큰돈을 벌 수 있다”고 속여 박 씨를 출국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의 첫 재판은 다음 달 13일 대구지법 안동지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홍 씨는 국내 대포통장 판매 조직으로부터 건당 수수료를 받는 대가로 피해자를 유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그가 처음부터 통장 누르기를 계획해 박 씨를 캄보디아로 보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홍 씨의 유인에 따라 중국계 범죄조직이 운영하는 캄보디아 웬치 지역에 감금된 박 씨는 보이스피싱과 자금세탁에 동원됐다. 조직은 박 씨의 계좌로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의 돈을 입금받았고, 한국에 있던 홍 씨는 미리 알아둔 비밀번호 등을 이용해 돈을 빼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중국인 조직원들이 박 씨를 폭행하고 고문하면서 피해자는 결국 심장마비로 숨졌다.
박 씨가 가족에게 구조 요청을 보냈을 때 이를 막은 것도 홍 씨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신고를 하면 일이 커진다. 내가 직접 해결하겠다”며 가족의 신고를 지연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홍 씨의 단독 범행으로 드러나더라도, 그가 연계된 국내 대포통장 유통 조직에 대해서도 수사를 계속 이어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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