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서울 시내 모든 중학교를 폭파하겠다는 내용의 협박 팩스가 수신돼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13일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전날 오후 법무부의 한 지역 출입국관리사무소 출장소로 들어온 협박성 팩스에 대한 수사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팩스로 들어온 메시지에는 ‘서울 시내 모든 중학교에 이미 폭탄을 설치했고 2월 14일 16시 33분에 폭파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번 팩스가 이전에도 일본 변호사 명의로 발신된 국내 주요 기관 테러 협박 사건과 유사성이 있다고 보고 병합해 수사 중이다.
자신의 이름이 ‘가라사와 다카히로(唐澤貴洋)’라고 밝힌 발신자는 2023년 8월부터 지속적으로 이같은 팩스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2023년 8월 7일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살해하지 않으면 서울 시내 도서관 인근에 시한폭탄을 터트리겠다’는 메일을 서울시 공무원을 비롯해 여러 명에게 발송했다. 9일에는 ‘남산서울타워와 국립중앙박물관을 폭파하겠다’고 이메일을 보냈다.
지난해 1월 6일에는 외교부로 ‘서울의 일본인 학교와 일본대사관을 폭파하겠다’고 했고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미국 메이저리그(MLB) 서울개막전이 열린 지난해 3월에는 ‘경기 중 폭탄을 터트려 오타니 쇼헤이 선수를 해치겠다’는 협박 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최근에는 ‘무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는 나의 소행’이라는 메일을 법무부에 보냈고 ‘국회, 국민의힘 당사, 민주당 당사 등을 폭파하겠다’는 팩스를 외교부에 보내기도 했다.
메일의 발신인 가라사와 씨는 실존 인물로 47세 현직 일본 변호사다. 하지만 팩스·메일은 그가 보낸 것이 아니라 사칭된 것이었다.
일본 언론 등에 따르면 가라사와 변호사는 2012년 3월 일본의 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2 channel’에서 괴롭힘을 당하던 고등학생의 대리인을 맡았다가 유저들의 반감을 샀다.
이후 그의 개인정보가 온라인상에서 유출되며 사이버 테러 대상이 됐고, 심지어 그를 사칭한 테러 협박이 ‘유행’처럼 일본 전역에 번져 나가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가라사와 변호사에 대한 공격이 일본에서 관심을 받지 못하자 일본 누리꾼들이 다른 나라에 관심을 돌려 이같은 협박성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