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병원장들 “의정갈등으로 경영난, 정상화에 3년은 걸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2월 6일 03시 00분


[의정 갈등 1년]
92% “1년간 병원 운영 어려웠다”
“전문의 쟁탈전에 인건비 지출 커”
내과 논문 86% 급감 연구역량 저하

뉴스1
의정갈등이 1년간 장기화되면서 상당수 대형병원들은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의료계에서는 이번 사태로 인한 병원의 경영난이 해소되기까지 수년이 소요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연구에 투자할 시간도 상대적으로 부족해지면서 장기적으로 ‘K-의료’의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동아일보 설문조사에서 ‘의정갈등 1년 동안 병원의 경영난을 겪었냐’는 질문에 수련병원장 49명 중 45명(92%)이 ‘그렇다’고 답했다. 45명을 대상으로 ‘병원의 경영난이 다시 정상화되려면 최소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느냐’라고 묻자 ‘3년 이상’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20명(44%)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최소 1년(12명·27%), 최소 2년(11명·24%) 등의 순이었다.

의료현장에선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이 병원을 떠나면서 진료량 자체가 줄어 발생한 경영난이 수도권보다 비수도권에서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나면서 전문의 확보 경쟁은 심화됐다. 수도권에 위치한 병원이 비수도권에서 근무하던 전문의를 대거 흡수하면서 비수도권 병원의 의료진 상당수가 빠져나갔고 이후 인력 확보 경쟁이 이어지면서 전문의 인건비가 크게 올랐다. 한 수련병원장은 “의료인에 대한 인건비 상승이 전쟁처럼 이뤄지는 현 상황에서는 수가(건강보험으로 지급하는 진료비)가 올라 봤자 인건비 지출이 더 커서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지난 1년 동안 어려웠는데 올해는 더 어려워질 것이고,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내년에는 더 큰 경영 악화가 불 보듯 뻔하다”고 했다.

의정갈등 이후 병원이 겪은 경영난은 병원마다 차이가 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장은 “전공의들이 수련병원을 떠나면서 수련병원들이 병상을 줄여 환자를 덜 받게 됐다”며 “수련병원으로 지정되지 않은 대학병원은 상대적으로 더 많은 환자를 받아 경영난을 덜 겪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의정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의료계 전반적으로 연구 역량이 저하되고 있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대한내과학회 추계학술대회에 제출된 논문 초록 수는 101개로 전년(748개) 대비 86% 급감했다. 대한신경과학회, 대한산부인과학회에 제출된 초록 수도 각각 절반가량 줄었다. 비수도권의 한 대학병원 교수는 “의대 교수들은 현재 진료가 아닌 난치성 질환 등에 대한 연구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전체 의료 수준이 떨어지고 있다는 게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의정갈등#전공의#연구 역량#병원#경영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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