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 “24시간 AI 법률상담”… 변협 “변호사법 위반”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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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아주’ 시연회 열고 서비스 시작
“빚 받으려면” 묻자 10초만에 “민사”
법조계 일각 “AI 상담은 위법” 주장
“무료” 홍보에도 ‘제2 로톡’ 가능성

“빌려준 돈을 받지 못했어. 형사 고소와 민사소송 중 어떤 걸 해야 해?”

20일 서울 강남구 법무법인 대륙아주 회의실. 화면에 뜬 채팅창에 법률 관련 질문을 입력하자 약 10초 후 답변이 올라왔다.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해당해 형사 처벌 대상이 아닙니다. 채무자가 사기죄 등 범죄를 저지른 것이 아니라면 수사기관은 무혐의 처분을 내놓을 겁니다. 민사소송으로 대여금 반환을 청구하는 게 적절합니다.” 이어 “돈을 빌려간 사람이 원래부터 돈을 갚지 않을 의도가 있었다면 어떻게 되는 거야?”라고 재차 질문을 입력하자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어 경찰에 신고해 형사 고소를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라는 답변이 추가로 올라왔다.

● AI가 민사-형사 모두 상담

대륙아주가 20일부터 시작한 이 서비스는 네이버클라우드, 넥서스AI와 합작으로 개발한 ‘AI 대륙아주’다. AI 대륙아주는 △질문 키워드 추출 △관련 법률 검색 △유사 사례 검색을 거쳐 답변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데, 이날 열린 시연회에선 민사·형사 사건 모두 비교적 정확한 답을 내놓았다. 대륙아주 관계자는 “인공지능(AI)에 기반한 법률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국내 로펌 중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시연에 나선 개발자가 “음주운전 재범으로 걸렸고, 혈중 알코올 농도는 0.11%다. 이전 음주운전은 2년 전이다. 실형을 살게 될까? 사고는 없었다”라고 입력했다. 그러자 AI는 “음주운전으로 벌금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형이 확정된 날부터 10년 내에 다시 음주운전을 한 경우에는 가중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이는 일반적인 규정이며 실제로 실형 선고 여부는 여러 가지 요소들을 고려해 결정된다”며 “정확한 예측을 위해서는 변호사와 직접 상담해 보시는 것을 추천드린다”고 덧붙였다. 다만 1개의 사안에 대한 질문이 5개를 넘어가면 잘못된 내용을 사실처럼 답하는 ‘할루시네이션(환각)’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한다. 이재원 넥서스AI 대표는 “간혹 사건번호가 안 맞거나 (법률) 조항을 틀리기도 한다”며 “추가적인 데이터 학습과 튜닝을 통해 능력을 향상시킬 예정”이라고 했다.

다른 로펌들도 AI 도입에 적극적이다. 김앤장법률사무소는 디지털 증거를 열람·검토하는 데 AI를 활용하고 있다. 법무법인 광장은 AI 번역 모델을 개발해 법률문서 번역에 적용 중이다. 태평양, 세종, 화우도 법률 리서치 등에 AI를 이용할 방침이다.

● “변호사법 위반” vs “불법 아냐”

법조계에선 법률 상담에 AI를 활용하는 건 위법 소지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변호사법은 ‘변호사가 아닌 자가 법률 상담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AI 법률 상담 서비스도 이른바 ‘리걸테크(Legal-Tech)’로 볼 수 있는 만큼, 법률 플랫폼 ‘로톡’처럼 변호사법 위반 여부를 두고 논란이 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 대한변호사협회는 △AI 상담 진행 과정 △변호사 최종 검수 여부 등을 소명해 달라고 대륙아주 측에 요청했다. 변협은 또 대륙아주가 ‘24시간 무료 법률 상담’이라고 홍보 중인 것도 소명을 받겠다는 방침이다. 변협의 광고 규정은 무료·염가 표방 광고를 금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륙아주는 “AI 서비스가 변호사법에 저촉되는 소지는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면서도 “규정을 해석하다 보면 달리 판단될 부분도 있는 만큼, 변협에 소명 자료를 제출하고 문제의 소지가 있는 부분은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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